지난 7월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개최된 제27회 아프리카 연합(AU) 정상회담에서 SADR(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조건으로 AU로의 ‘당연한’ 복귀를 천명하였다. 아프리카 단결기구(OAU)의 설립을 주도했던 국가 중 하나였던 모로코는 1982년 OAU가 폴리사리오(Polisario)가 선언한 SADR를 인정하자 2년 후 1984년 탈퇴하였다. 모로코는 이번 가입 의사로 32년 만에 AU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현재 54개 회원국 중 베냉, 부룬디,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28개국은 SADR 회원국 유지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다수 회원국은 모로코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환영함과 동시에 SADR의 회원 자격 정지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26개국은 모로코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RASD 추방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OAU(현재 AU)를 탈퇴한 모로코는 최근 복귀를 선언하기까지, SADR를 반대하기 위해 외교관을 파견하고 옵서버 형식으로 정상회담에 꾸준히 참여하여 외교적 타진을 지속해 왔다. 이를 통해 회원국 외교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전략적으로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부 회원국은 공식적으로 모로코를 방문하였고, 모로코의 AU 복귀를 추진해 왔던 것이다(모로코의 복귀에 적극적인 회원국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가봉, 수단이다).
하지만 SADR과 알제리는 모로코의 AU 복귀는 전략적인 정치적 속임수이며, AU가 스스로 연합의 정신과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모로코의 경제력과 외교력은 회원국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모로코의 AU 참여는 회원국들이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고질적인 문제, 즉 지역 안보(특히 사하라 평화 안착)와 역내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모로코 복귀 쪽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다. 다만 1982년 정상적인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회원으로 받아들인 SADR을 모로코의 복귀 때문에 추방한다는 명분은 북아프리카의 또 다른 강대국인 알제리를 설득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특히 SADR은 주변 국가를 불법 침공하거나 테러 행위를 통해 아프리카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기존 회원국을 추방하는 것은 범아프리카주의의 아프리카 합중국의 포기나 다름없다. 또한 모로코의 아프리카 참여를 ‘복귀’로 인정할 것인지, ‘재가입’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알제리를 비롯해 SADR을 지지하는 일부 회원국은 모로코의 AU 참여를 ‘가입’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로코에 대한 최종 결정은 2017년 1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될 정상회의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ADR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근거 없는 SADR의 추방은 AU 헌장의 근본정신인 범아프리카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될 것이다. 모로코의 이번 선언으로 AU는 완전한 통합에 한 발짝 다가선다는 점에서 지역통합기구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로코는 이번 선언을 통해 서사하라 문제에 대한 자국의 외교적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