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by 이한규 HK연구교수
이한규-모로코 야쿠브 엘 만수르(Ya’coub El Mancour) 지역 현지조사-문서자료-1
유럽의 ‘아프리카 마셜 플랜’
2017년 초 독일 총리 메르켈은 7개국 아프리카 정상과의 회담에서 아프리카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한 ‘아프리카 마셜 플랜’을 제시하였다. ‘아프리카 마셜 플랜’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비난과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당위성이다. 아프리카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되었던 유럽과 다르다. 즉 유럽은 세계대전으로 패망했기 때문에 다시 건설해야 했지만, 아프리카는 다시 건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즉 아프리카가 필요한 것은 재건설이 아니라 발전이다. 특히 ‘아프리카 마셜 플랜’은 아프리카 경제의 재구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보기엔 아프리카는 가난하지 않다.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가난하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로 모든 문제를 가난으로 돌리는 유럽인의 사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
만평 출처: http://ti.diak.over-blog.com/2015/11/borloo-un-plan-pour-l-afrique.html
엠마누엘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 문명주의로 회귀?
전통적 정당 정치를 무시하고 프랑스 정치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엠마누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닌 양쪽 모두의 성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취임한 지 100일 만에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프랑스 국민들조차도 이러한 현상은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그가 적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선거 운동에서 보여준 정책 때문이 아니었을까?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친 마크롱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올랑드(F. Holland)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으며, 아프리카에 대한 흥미도 별로 없는 프랑스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마크롱이 아프리카를 처음 접한 것은 국립행정학교(ENA) 학생으로 나이지리아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6개월간 근무했을 때이며, 그가 느낀 아프리카 문제는 오로지 정치였다. 마크롱은 프랑스가 아프리카 문제에 개입하기 전에 강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정치적 개입임을 강조하였다. 프랑스의 성급한 개입은 아프리카의 불안정을 초래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랑스를 적으로 여길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생각하였다. 마크롱은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 자신이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원칙이 존경받도록 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마크롱은 아프리카에 대한 자신의 사관이 프랑스 문명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보수주의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의 저발전과 높은 출산 문제를 언급하였다. 그는 아프리카의 저발전 문제를 문명의 결핍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한 가정에 아이가 7~8명 있는 국가에서 수십 억 유로가 소비된다면, 아프리카 여성은 아이 낳기를 그만두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아프리카 여성을 비문명화된 존재로 폄하하였다.
아프리카인은 전통적으로 가족주의와 공동체주의를 중요시했으며, 이러한 가치 체계는 법과 정치가 아니라 문화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1883년 서구 국가들이 베를린 회의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국경에서, 아프리카인이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큰 전쟁 없이-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살고 있는 것은 공동체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랑스의 개인주의와 상이한 가치 체계를 지닌 아프리카를 비문명화하려는 발상은 역사를 거꾸로 뒤집는 잘못된 태도임을 프랑스는 빨리 깨달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발언이 독일 메르켈 총리가 제안한 ‘아프리카 마셜 플랜’을 두고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새로운 가면(‘신식민주의’)이 모습을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모로코 야쿠브 엘 만수르(Ya’coub El Mançour) 지역 현지조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사업단 이한규 교수는 2017년 7월 10일부터 7월 31일까지 모로코 수도 라바(Rabat) 근교의 야쿠브 엘 만수르(Ya’coub El Mançour) 지역에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연구자는 전통적 사회관계의 틀을 넘어 현대적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사회단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지적 사회자본(도덕규범, 가치관, 태도 등)과 구조적 사회자본(사회조직 구조, 사회참여 방식 등)이 개인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자는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10개 사회단체의 회원과 단체장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 아울러 이들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하였다.
이스라엘의 아프리카 행보 시사점
지난해 7월 4일부터 7일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동아프리카 순방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 강화를 본격화하였다. 이스라엘이 아프리카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것은 1956년 골다 메이어(Golda Meir) 수상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수교하면서부터였고, 그 결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독립한 1960년대에는 아프리카 33개국과 수교하였다. 그러나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이라고 하는 ‘6일 전쟁’으로 이집트가 패하자 29개 아프리카 국가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였다. 이스라엘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본격적으로 재개한 것은 그로부터 42년 만인 2009년이다. 2009년 9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에티오피아, 케냐, 가나,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5개국을 방문하였다. 이후 그는 2016년 7월 4일부터 7일간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르완다 순방함으로써 이스라엘의 對아프리카 외교에 속도를 냈다. 현재 아프리카 11개국에 이스라엘 대사관이 상주하고 있다.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가나, 케냐는 이스라엘의 반테러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매년 천 명의 아프리카 학생을 초청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이스라엘은 2014년 아프리카에 13억 달러 상당을 수출하기도 하였다. 현재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21세기 들어 해외직접투자, 기술 지원 및 해외 수출시장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이스라엘을 정치적 국가가 아닌 경제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로코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예를 들어 모로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7번째로 이스라엘과 중요한 무역 교역국이며, 2013년 기준으로 이스라엘은 모로코와의 무역에서 185억 달러의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제적 경제 협력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는 항상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최근 아프리카 연합(AU)에 가입한 모로코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대외 관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모로코가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에 가입 신청한 것은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하지만 모로코 왕 무함마드 5세는 올해 6월 4일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개최된 제51회 ECOWAS 정상회담 참석을 돌연 취소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5월부터 본격화된 리프(Rif) 지역에서의 반정부 시위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내막은 ECOWAS가 이스라엘 총리 나타냐후를 초대한 것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다.
모로코가 3억 2천만 명의 인구와 GDP 7천 억 달러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ECOWAS에 가입하는 것은 ECOWAS의 경제 규모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외연의 확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모로코 가입이 기정사실화된다면 ECOWAS의 GDP는 세계 15위인 인도네시아 GDP 1조 20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모로코의 ECOWAS 가입은 아마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모로코가 토고 수도 로메에서 개최될 제1회 아프리카-이스라엘 정상 회담에참석할지 여부가 모로코의 ECOWAS에 대한 정책 변화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ECOWAS 정상 회담을 통해 이제 국제 관계에서 중상주의가 정치적 이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가 아프리카서에서도 본격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모로코의 밀접한 경제 협력 관계를 고려해 볼 때, 모로코의 이번 불참이 ECOWAS 가입 포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