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누엘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 문명주의로 회귀?

   전통적 정당 정치를 무시하고 프랑스 정치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엠마누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닌 양쪽 모두의 성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취임한 지 100일 만에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프랑스 국민들조차도 이러한 현상은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그가 적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선거 운동에서 보여준 정책 때문이 아니었을까?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친 마크롱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올랑드(F. Holland)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으며, 아프리카에 대한 흥미도 별로 없는 프랑스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마크롱이 아프리카를 처음 접한 것은 국립행정학교(ENA) 학생으로 나이지리아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6개월간 근무했을 때이며, 그가 느낀 아프리카 문제는 오로지 정치였다. 마크롱은 프랑스가 아프리카 문제에 개입하기 전에 강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정치적 개입임을 강조하였다. 프랑스의 성급한 개입은 아프리카의 불안정을 초래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랑스를 적으로 여길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생각하였다. 마크롱은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 자신이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원칙이 존경받도록 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마크롱은 아프리카에 대한 자신의 사관이 프랑스 문명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보수주의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의 저발전과 높은 출산 문제를 언급하였다. 그는 아프리카의 저발전 문제를 문명의 결핍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한 가정에 아이가 7~8명 있는 국가에서 수십 억 유로가 소비된다면, 아프리카 여성은 아이 낳기를 그만두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아프리카 여성을 비문명화된 존재로 폄하하였다.

   아프리카인은 전통적으로 가족주의와 공동체주의를 중요시했으며, 이러한 가치 체계는 법과 정치가 아니라 문화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1883년 서구 국가들이 베를린 회의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국경에서, 아프리카인이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큰 전쟁 없이-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살고 있는 것은 공동체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랑스의 개인주의와 상이한 가치 체계를 지닌 아프리카를 비문명화하려는 발상은 역사를 거꾸로 뒤집는 잘못된 태도임을 프랑스는 빨리 깨달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발언이 독일 메르켈 총리가 제안한 ‘아프리카 마셜 플랜’을 두고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새로운 가면(‘신식민주의’)이 모습을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