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4일부터 7일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동아프리카 순방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 강화를 본격화하였다. 이스라엘이 아프리카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것은 1956년 골다 메이어(Golda Meir) 수상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수교하면서부터였고, 그 결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독립한 1960년대에는 아프리카 33개국과 수교하였다. 그러나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이라고 하는 ‘6일 전쟁’으로 이집트가 패하자 29개 아프리카 국가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였다. 이스라엘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본격적으로 재개한 것은 그로부터 42년 만인 2009년이다. 2009년 9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에티오피아, 케냐, 가나,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5개국을 방문하였다. 이후 그는 2016년 7월 4일부터 7일간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르완다 순방함으로써 이스라엘의 對아프리카 외교에 속도를 냈다. 현재 아프리카 11개국에 이스라엘 대사관이 상주하고 있다.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가나, 케냐는 이스라엘의 반테러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매년 천 명의 아프리카 학생을 초청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이스라엘은 2014년 아프리카에 13억 달러 상당을 수출하기도 하였다. 현재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21세기 들어 해외직접투자, 기술 지원 및 해외 수출시장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이스라엘을 정치적 국가가 아닌 경제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로코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예를 들어 모로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7번째로 이스라엘과 중요한 무역 교역국이며, 2013년 기준으로 이스라엘은 모로코와의 무역에서 185억 달러의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제적 경제 협력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는 항상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최근 아프리카 연합(AU)에 가입한 모로코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대외 관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모로코가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에 가입 신청한 것은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하지만 모로코 왕 무함마드 5세는 올해 6월 4일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개최된 제51회 ECOWAS 정상회담 참석을 돌연 취소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5월부터 본격화된 리프(Rif) 지역에서의 반정부 시위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내막은 ECOWAS가 이스라엘 총리 나타냐후를 초대한 것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다.
모로코가 3억 2천만 명의 인구와 GDP 7천 억 달러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ECOWAS에 가입하는 것은 ECOWAS의 경제 규모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외연의 확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모로코 가입이 기정사실화된다면 ECOWAS의 GDP는 세계 15위인 인도네시아 GDP 1조 20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모로코의 ECOWAS 가입은 아마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모로코가 토고 수도 로메에서 개최될 제1회 아프리카-이스라엘 정상 회담에참석할지 여부가 모로코의 ECOWAS에 대한 정책 변화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ECOWAS 정상 회담을 통해 이제 국제 관계에서 중상주의가 정치적 이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가 아프리카서에서도 본격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모로코의 밀접한 경제 협력 관계를 고려해 볼 때, 모로코의 이번 불참이 ECOWAS 가입 포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