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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아비 총리 201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다

12Oct/19
아비총리-노벨상수상

2019년 10월 11일, 아비 아머드 알리(Abiy Ahmed Ali) 에티오피아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총리 취임 이후 약 20여 년간 지속한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전쟁을 종식하고 긴장 완화 및 평화 정착을 이룩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아비 총리의 노벨평화상 수상 배경에 대해 “에리트레아와 국경분쟁 해소를 위한 노력을 비롯해 역내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라고 밝히며, 국내적으론 정치범 석방과 국가비상사태 해제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 신장 등 국민·국가 통합을 추진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아비 총리는 비단 에리트레아와의 관계개선뿐만 아니라 역내 국가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2019년 3월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Isaias Afwerki)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함께 남수단을 방문해 평화 구축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지난 2019년 4월에는 수단을 방문하여 오마르 알바시르(Omar al-Bashir) 수단 전(前) 대통령의 축출 이후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수단의 권력 이양 협상을 중재했다. 그 결과 수단 군부와 야권은 2019년 8월 아비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권력 이양 협상에 최종적으로 서명했다.

그러나 아비 총리의 노력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아직은 알 수 없으며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아직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 국경선은 여전히 막혀 있으며, 양국 간 무역은 전무하다. 일각에선 에리트레아 정부가 압제적인 정책을 펴는 이상 양국 간 평화는 요원하다고 관측한다. 평화 정착 과정이 자리 잡기 위해선 에리트레아가 민주적 제도를 도입하고 시민 사회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만평 출처: https://www.cartoonmovement.com/cartoon/60873

역사의 평가를 받고 있는 무가베, 그는 해방 투사?, 독재자?

07Oct/19
무가베 사망 만평

   지난 2019년 9월 6일, 영국 BBC 방송은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향년 95세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의 가족들은 “그가 올해 4월부터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됐다.”라고 전했다.

   무가베는 영국 식민지 시절 백인 정권에 맞서 짐바브웨 독립운동 조직을 이끌었다. 당시 그는 짐바브웨에서 ‘해방의 상징’으로 유명세를 누리며 1980년 총리로 선출된 뒤,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이 직접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이후 그는 37년간 독재 정치를 이어가며 짐바브웨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9년 워싱턴포스트의 주말 잡지 ‘퍼레이드’에선 그를 세계 최악의 독재자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 장기 독재를 해 온 무가베는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다가, 2017년 11월 군부 쿠데타와 의회의 탄핵에 직면하여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무가베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평가가 가장 극명하게 나뉘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한쪽에선 그를 ‘아프리카의 영웅’, ‘해방 투사’라고 추앙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독재자’, ‘살인자’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위 만평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무가베에 대한 상반된 수식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음낭가과(Dambudzo Mnangagwa) 짐바브웨 현 대통령은 무가베의 사망과 함께 그가 남긴 명암을 모두 떠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무가베가 짐바브웨 역사에 남긴 업적과 과오를 반추하고 성찰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를 발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

만평 출처: https://www.timeslive.co.za/sunday-times/opinion-and-analysis/2019-09-08-cartoon–robert-mugabe-the-great-divider/

우간다-르완다, 긴장 완화 양해 각서 이행하기로 결의

07Oct/19

   지난 2019년 9월 16일, 우간다와 르완다 양국은 한 달 전인 8월에 합의한 긴장 완화 양해 각서(MOU)를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Museveni) 우간다 대통령과 폴 카가메(Paul Kagame) 르완다 대통령은 지난 8월 22일 앙골라 수도 루안다(Luanda)에서 긴장 조성 행위를 자제하고 국경을 재개방하는 내용의 양해 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해당 서명식에는 주앙 로렌수(João Lourenço) 앙골라 대통령과 펠릭스 치세케디(Félix Tshisekedi)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중재를 위해 참석했다.

   우간다와 르완다 정부 관계자들은 2019년 9월 르완다 수도 키갈리(Kigali)서 수 시간 비공개 회의를 통해, 적대 행위를 중단할 방법을 모색했다. 셈 쿠테사(Sam Kutesa) 우간다 외무 장관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양국 간 긴장 완화 합의가 완전히 이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양국 간 합의문이 범아프리카주의 이념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르완다와 우간다는 역사적으로 오랜 사회·경제적 관계와 문화적 유대를 맺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국경 폐쇄로 가족들이 헤어지고 무역이 중단되는 상처를 낳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올리버 은두훙기레헤(Olivier Nduhungirehe) 르완다 지역 안보 장관은 “동아프리카 공동체(East African Community : EAC)의 파트너이자 이웃 국가로서 양국은 평화와 안보, 그리고 경제 통합에 관한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은 평화 안보 의정서뿐만 아니라 동아프리카공동체 공동시장 의정서(EAC Common Market Protocol)로 묶여 있다.”라고 강조했다. 말람바 콩고민주공화국 부총리와 아우구스토 앙골라 외무 장관은 중재자로서 해당 회의에 참석해 대호수 지역 국가 간 평화와 협력을 강조하며, 양해 각서가 성실히 이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우간다와 르완다는 국경을 둘러싼 긴장 관계가 이어졌다. 르완다 정부는 2월 말부터 우간다와 접하는 국경의 주요 교역로인 카투나의 통행을 차단하고 르완다 국민의 우간다 방문을 금지했다. 이에 르완다는 우간다 정부가 르완다 대통령에 반대하는 반군들을 숨겨주고 지원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한편, DRC 역시 양국 안보 문제에 이해 당사국이다. 르완다와 우간다 군부 및 정치 엘리트들은 DRC 동부 지역에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르완다 및 우간다와 국경을 접하는 곳으로 반군 조직들이 본거지를 차리고 활동해 DRC 중앙 정부에 혼란을 주고 있다. 르완다와 우간다 간 전면전 가능성은 적으나 DRC에서 양국이 대리전 양상을 띠며 지역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양해 각서 이행 결의는 대호수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호수 지역의 안정과 평화는 후투족과 투치족 간 종족 갈등과 관련되며, 나아가 주변국 모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해결한다.’는 범아프리카주의 입장에 따라, 평화를 정착하고 국경을 개방하여 교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지율 하락과 시사점

19May/19
남아공의 민주주의

   2019년 5월 8일 치러진 남아공 총선 결과는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지지율이 현저히 하락하여 국민에게 준엄한 경고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ANC는 57.51%를, 제1야당인 민주동맹(Democratic Alliance: DA)이 20.76%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좌파 성향인 경제자유전사(Economic Freedom Fighters: EFF)는 10.79%를 득표해 3위로 올라섰다. 하원에서는 ANC가 하원 의석 400석 가운데 230석을, DA는 84석, EFF는 44석을 확보했다.

   1994년 만델라가 이끄는 흑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현재의 시릴 라마포사까지 25년간 ANC가 계속해서 집권해 오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또한, 넬슨 만델라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1994년 이후 치러진 6차례 총선에서 ANC의 득표율이 60%를 밑돈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ANC는 1994년 62.7%를 득표한 이후 1999년 66.4%, 2004년 69.7%, 2009년 65.9%를 기록했고 2014년 득표율은 62.2%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66%로 2014년(73.5%)보다 7% 포인트 넘게 떨어져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전 공개된 여론 조사에서 ANC 지지율은 5년 전 총선의 62%에 훨씬 밑도는 49.5%를 기록했다. 과반인 50%의 벽조차 무너진 것이다.

   선거 결과는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ANC에서 마음이 떠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14년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이 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인도계 재벌 굽타 가문과의 유착 및 부정부패로 탄핵을 받아 대통령직에서 쫓겨나면서 ANC 지지층의 마음이 떠난 것이 분명하다. 또한, 작년 2월 주마의 뒤를 이어 대통령직에 오른 시릴 라마포사는 아직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특히 중산층과 젊은 계층의 이반이 심각하며 이들은 극좌 민족주의 정당인 EFF에 호의적인 모습이다. 젊은 층의 민심 이반은 정치 혐오로 이어지고 선거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만델라의 후광이나 흑인 정부의 탄생을 들먹이며 남아공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 수는 없다. 민주주의 발전은 집권 여당인 ANC가 부정부패를 없애고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만평 출처: https://ewn.co.za/2019/04/30/cartoon-mandela-rolls-out-the-carpet-for-you

모잠비크를 강타한 2개의 태풍 이다이와 케네스

19May/19

   <영화 2012>에서 보았던 것처럼 아프리카는 자연재해가 없는 대륙이지만, 올해 모잠비크를 강타한 2개의 열대성 저기압/폭풍으로 불리는 사이클론은 아프리카도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모잠비크는 최근에 자주 홍수를 경험하였지만 이다이(Idai)와 케네스(Kenneth)처럼 강력한 사이클론이 3월과 4월에 한 달 간격으로 연이어 피해를 준 적은 없었다. 유엔은 이다이를 “남반구를 강타한 최악의 기상 관련 재난 ”이라고 부르고 있다. 동·남부 아프리카에 영향을 주고 있는 사이클론은 마다가스카르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 바다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사이클론의 에너지가 증폭되고 있다.

   이다이는 말라위와 짐바브웨에까지 피해를 줬고 2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900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 비록 내륙으로 진행하면서 세력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둑을 터트리거나 다리를 쓸어버리고 마을과 마을을 범람시킬 만큼 강력했다. 세계은행(WB)은 3개 국가에 끼친 경제적 손실을 약 6~7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위해 약 4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약 2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사이클론 피해를 본 카보 델가도 지역에서는 무장 조직의 공격으로 인도주의 구호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무장 조직은 마을과 정부 건물에 대해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하여 적어도 120명이 사망하였다.

   케네스는 4월 21일부터 29일까지 9일간 지속하였으며 모잠비크를 비롯해 탄자니아와 말라위까지 영향을 주었다. 미리 대비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50여 명으로 이다이에 비해 적었지만 이다이로 인한 피해 복구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2개의 사이클론으로 인해 이차적인 피해가 더 심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장 즉각적인 위협은 음식과 깨끗한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지원이 없으면 심각한 기근이 닥칠 수도 있다. 아울러 말라리아를 포함한 홍수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전염병이 만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강력한 사이클론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기후 변화에서 찾고 있다.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강력한 사이클론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며 따뜻한 인도양과 긴 해안선을 가진 모잠비크는 더욱 취약하다.

   이제는 우선순위를 빠르게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사이클론에 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도양에 접한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사이클론을 비롯한 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국제협력기구를 만들어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