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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투르카나 호수 근처에서 원유 발견

27Mar/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박정경


   2012년 3월26일 케냐 대통령 무와이 키바키(Mwai Kibaki)는 케냐 북동부 투르카나(Turkana) 호수 근처에서 원유가 발견되었음을 공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케냐에서 이러한 발견은 처음이며, 케냐가 산유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첫발을 내딛었다”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동력자원부(Ministry of Energy) 장관 키라이투 무룽기(Kiraitu Murungi)는 케냐에서 최초로 발견된 원유를 공개하며 그간의 원유 탐사 과정 및 앞으로의 상업성 조사 일정에 관해 브리핑했다.

   기존 아프리카의 산유국이 주로 나이지리아, 적도기니, 앙골라 등지의 대서양 연안에 몰려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도양 연안, 즉 동아프리카 지역의 석유 탐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수년전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해안 지역에서 대규모 천연가스가 매장되었음이 발견되었고, 2006년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국경 근처 알버틴 분지(Albertine Basin)에 25억 배럴의 원유가 저장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주변국의 원유 발견에 고무된 케냐 정부는 수년전부터 영국의 석유 탐사 회사인 툴로우(Tullow)사에게 석유 탐사권을 주고 자국의 석유 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원유 발견은 이시올로(Isiolo), 라무(Lamu) 등지에서 30여 차례의 탐사 시추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동아프리카지구대의 분지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 탐사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 석유 탐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케냐의 다른 지역이나 에티오피아에서도 더 많은 성공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발견된 유정은 투르카나 호수 남서부의 나쿠쿨라스(Nakukulas) 지역 코데코데(Kodekode) 마을에 위치한 10BB 블록의 응가미아(Ngamia)-1이며, 원유는 지하 846m와 1,014m 사이에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 유정에서 나온 원유는 API 30도 이상의 중(中)질 및 경질유로서 원유 자체의 질은 비교적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툴로우사 관계자는 앞으로 3년간 상업성 조사를 위해 이 지역에 십 여 개의 유정을 더 뚫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06년에 발견된 우간다의 유전이 2014년부터 정유를 시작하여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므로, 케냐에서도 실제 석유 제품이 생산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는 케냐의 최대 수입 품목이다. 케냐가 산유국이 된다면, 이는 케냐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지난해 케냐는 자국 화폐의 급격한 가치하락을 경험했다. 이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국제 시장에서 석유 가격의 상승이었다. 석유를 수입에만 의존하면서 국가 경제의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케냐 실링화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석유 생산으로 석유의 자급이 가능해진다거나 수출이 이루어지면, 케냐는 동아프리카공동체(EAC) 소속 국가들 중 최대 경제 규모를 보유한 국가라는 기존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케냐는 동아프리카 물류의 허브이기도 하다. 동아프리카 최대의 공항, 항만, 도로 시설 을 갖추고 있는 케냐는 인도양으로부터 아프리카 내륙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케냐는 남부수단의 석유 자원 수송을 위해 송유관 및 신항만 건설을 중심으로 북동부 지역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투르카나 호수 근처 유전의 상업성이 확인된다면, 현재 인근 지역 건설 중인 석유 수송 시설과 맞물려 그 경제적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바라크 축출 이후 이집트 대통령 선거

20Mar/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금상문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결과,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한 이후 군부가 이집트의 정치일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군부의 정치일정의 결과, 국회의원선거가 치루어졌다. 선거결과는 무슬림형제단 계열의 자유정의당이 절반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즉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자유정의당이 전체 의석 중 47.18%인 235석을 얻었다.

   이제 정치일정에 따라서 이집트 대통령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이집트 군부는 대통령 선거 관련 법안을 발표했다. 후세인 탄타위 군 최고위원회(SCAF) 사령관이 지난 19일 공표한 새 선거법에 따르면, 이집트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이집트 국적으로 이중국적이 아닌 자만이 대선 출마 자격을 얻는다. 또 출마 희망자들은 의원 최소 30명이나 유권자 최소 3만명의 지지를 받아야 하며 의회 정당들은 대선 후보 1명씩을 지명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과정을 감독하는 선거위원회는 헌법대법원장이 이끈다가 요점이다. 군 최고위는 대통령 선거가 2012년 6월 말 이전에 치루어 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일정이 앞당겨져, 이집트 대통령 선거가 오는 5월 23일부터 이틀간 실시된다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하였다. 또 대통령 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2012년 4월15일부터 등록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루크 솔탄 선거관리위원장은 외국에 거주하는 이집트인은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통령 선거결과는 6월 21일 공식 발표된다고 확정하였다.

   이에 따라 이집트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난립하였다. 무바라크 정권 시절 총리를 역임했던 아흐마드 샤피크와 이슬람 근본주의 지도자 하젬 살라 아부 이스마일도 주요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고, 엘바라데이도 유력 후보이었다.

   하지만 엘바라데이는 사퇴하였다. 엘바라데이의 사퇴는 서구민주주의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금 현재. 유력한 대선 후보로는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인 아므르 무사와 무슬림형제단의 전 고위 위원 압델 모나임 아보우엘 포투흐(Abdel Moneim Abouel Fotouh) 두 사람이 꼽히고 있다. 아무르 무사는 시나이 북부, 마트로흐, 알베히라, 깔유비야, 가르비아, 카프르 엘 쉐이크, 기자, 베니 수에프, 파이욤, 소하그, 미니아, 말라위, 데히르 마와스 등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아보우엘 포투흐는 이슬람개혁주의자들과 민주주의 지지자들에게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더구나 아보우엘 포투흐는 현재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무슬림형제단 계열의 자유정의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이집트 정국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는 무슬림형제단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군부의 동향이 이집트의 정치발전을 좌지우지할 전망이다.


참고: 조선일보 (2012년 1월 31일), Al Ahram (2012년 3월 17일), Albawaba (2012년 2월 29일)


케냐에서 테러 발생의 이면

20Mar/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박정경


   3월10일 저녁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한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수류탄 네 발이 정체불명의 괴한들에 의해 투척되어 여섯 명이 목숨을 잃고 서른 명 이상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퇴근 시간 무렵 보행자들의 이동이 많은 지역에 테러가 자행된 것으로 보아 이 테러를 기획한 집단은 최대한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케냐 당국은 즉시 소말리아에 기반을 둔 반군 단체 알-샤바브의 소행임이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케냐와 소말리아 반군 알-샤바브 간의 무력 충돌은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납치 사건이 그 시발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알-샤바브 반군은 소말리아 국경 근처 케냐 북동부 해안 및 내륙 지역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자원봉사자를 납치하고 인질의 본국에 몸값을 요구했다. 인도양에 면한 케냐 동부 해안은 유럽, 북미 등지의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휴가지다. 특히, 소말리아 국경에 인접한 라무 군도(Lamu archipelago) 지역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함께 스와힐리문화가 잘 보존된 곳이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지난 해 9월 라무 군도 북쪽 키와유(Kiwaiyu)섬의 한 리조트에서는 영국인 관광객 부부가 무장괴한의 공격을 받아 남성은 사망하고 여성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 몇 주 지나지 않아 라무 본섬 바로 맞은 편 만다(Manda) 섬에서 거주하던 프랑스인 여성 역시 무장괴한에게 납치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케냐 북동부 내륙 지역 구호활동을 벌이던 덴마크인과 미국인이 납치되기도 했다.

   케냐 정부는 일련의 납치 사건의 배후로 소말리아에서 반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알-샤바브를 지목하고, 지난 해 10월부터 국경을 넘어 소말리아 남부에서 반군 소탕을 위한 군사 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린다 은치’(Linda Nchi, 스와힐리어로 ‘국가를 지켜라’라는 의미)로 명명된 이 작전은 케냐-소말리아 간 국경 지역의 안전을 확보하여 케냐 국내총생산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케냐 정부 및 서방세계의 관점에서 관광 산업 보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아프리카 내륙 자원 송출로의 안전 확보이다. 현재 남부수단, 에티오피아 내륙의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 송출지로 라무 인근 케냐 해안에 신항만이 건설되고 있다. 소말리아의 정정 불안으로 인해 이 지역의 치안이 악화된다면, 신항만 건설을 통해 동아프리카 물류 허브로서의 기존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케냐 정부의 계획은 차질이 생긴다.

   소말리아 남부의 알-샤바브 반군은 케냐 정부군의 공격에 정규전으로 맞서기 보다는 게릴라전을 수행하면서, 케냐 본토의 비밀조직을 활용하여 산발적인 테러 공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 해 연말부터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북동부 지역에는 무장괴한에 의한 수류탄 공격이 수차례 자행되었다. 케냐 내에는 독립 이전부터 소말리인들이 있었고, 최근 몇 십년간 소말리아가 내전 상태를 지속하면서 수많은 소말리 난민들이 케냐로 유입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알-샤바브 동조자로서 일련의 테러 공격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테러 공격의 범인으로 체포된 사람들 대부분은 소말리계라기보다는 케냐 현지인이다. 케냐인이 알-샤바브 조직원으로 포섭되어 테러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케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은 과거 몇 십년간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청년 실업이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되어 알-샤바브 조직원으로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예가 케냐에서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케냐 정부가 경기 진작, 투자 유치 확대 등을 통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소말리아 반군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도 실업 청년들의 후원자로 등장하여 케냐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세력이 될 수도 있다.


시민혁명 이후 미국과 이집트 관계

20Mar/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금상문


   시민혁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고, 이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룬 이집트 정부는 불법자금으로 이집트 민주화 단체를 지원하였다는 이유로 NGO 단체에 속한 다른 나라 국민 20여명과 더불어 미국인 19명을 기소하였고, 이후 7명을 추방하였다.

   이후 이집트 의회도 10억 달러 이상의 미국 원조 문제를 종결시키기로 결의함으로써 최근 NGO 단체의 불법 활동과 관련된 미국인들의 재판 등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강경노선을 취하였다. 이집트 의회는 또 이 문제와 관련해 군부의 지원을 받는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의 과정을 밟기로 했다. 이같은 이유를 보면, 카이로에서 활동하는 미국 NGO들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이집트 당국자들에게 눈엣가시였다. 민주화를 돕는다는 구실로 반정부 인사들을 지원하고 시위를 선동하는 이들의 활동을 이집트는 내정 간섭으로 간주한다. 이집트는 이집트의 존재가 미국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국에 강경하게 나가면 미국이 굴복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계열의 자유정의당은 NGO에 대한 수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미 강경 노선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정부는 미국인들에 대한 재판에 분노해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 의회도 이집트가 NGO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구체적인 민주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올해 책정된 13억 달러의 군사 원조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사다트시대를 거쳐 무바라크 시대를 거치는 30여 년 동안의 미국과 이집트의 우호관계가 종지부를 찍을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집트의 민주화 시기 동안에 무바라크는 독재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미국 의회는 이집트 군부로 하여금 민주정부를 조속히 수립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원조에 조건을 달았다. 이 조건은 이집트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공명선거를 통해 서구식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이스라엘과의 평화조약을 준수하며 언론·집회·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치주의를 이행하고 있음을 미국 국무부가 인증할 경우에만 원조를 해준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이집트 관계는 근본적인 재검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집트의 행동을 ‘도발’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서 이집트 군부의 동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하고 있는 이집트 정국에 아직 정치전반에 나서지 않은 이집트 군부의 행태가 그것이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계열이 계속 정치전반에 영향을 행사하면 이집트와 미국의 관계는 단절 내지는 동맹관계를 잃게된다. 하지만 이집트 군부가 전반적으로 정치일선에 나선다면 친미계엘의 군부를 통하여 미국과 이집트의 관계는 개선된다. 이러한 점으로 미국은 이집트 정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집트 군부의 등장을 미국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이집트 군부동향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집트 군부는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  AFP  (2012년 3월 8일), AP/뉴시스  (2012년 3월 12일), Newstelegram (2012년 5월 1일),

시사저널 (2012년 2월 15일)


아프리카의 여성들이여, 더 이상 울지 마라!

20Mar/12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김광수


   지난 2012년 1월 20일 말라위(Malawi)에서 2천여 명의 여성들이 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자유민주주의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할만한 사건에 대한 말라위 여성들의 분노와 저항의 표현이었다. 지난 15일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Lilongwe)와 경제 중심 도시 블랜타이어(Blantyre)에서 정부의 법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라고 자칭하는 한 무리의 노점상들과 청년들이 전통의상 대신 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착용한 여성의 옷을 벗기고 폭행했다. 여느 보수적이고 가난한 남부 아프리카의 국가들처럼 말라위에서는 카무주 반다(Hastings Kamuzu Banda) 전직 대통령이 30여 년간 철권통치를 펼치던 시절, 여성이 바지나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1994년까지 존속하였으나, 1990년대에 다당제 민주주의가 들어서면서 폐지됐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상인이여, 나는 너에게서 물건을 샀는데 너는 나의 옷을 벗기는가(Venda, Ndikugule, Undibvulenso)?’와 같은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밥 말리(Robert Nesta Marley, Bob Marley)가 부른 ‘여성들이여, 울지 마라(No Woman, No Cry)’의 노래 가락에 맞춰 춤을 췄다.

   말라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곳곳에서는 여성들이 전통의상이 아닌 바지나 미니스커트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반대와 불만이 여전히 거세다. 지난 12월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의 한 택시 승차장에서 두 소녀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이유로 50~60대의 남성들에 의해 옷이 벗겨지는 등 공격을 당한 것이다. 이슬람 국가인 수단(Sudan)에서는 아직도 법률로 바지를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규정해 바지를 입는 여성에게는 태형을 부과하고 있으며, 실제로 매년 수천 명의 여성들이 처벌을 받고 있다. 이러한 수단의 악법은 지난 2009년 7월 수단 카르툼(Khartoum)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던 언론인 루브나 후세인(Lubna Al-Hussein)이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10대의 태형과 250 수단 파운드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수단의 과도한 이슬람 법 적용과 해석에 대해 세상에 알리기 위해 정식 재판에 나서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밖에도 케냐(Kenya)의 키쿠유(Kikuyu) 민족은 바지를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며 여성들의 바지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착용한다는 이유로 뭇매질을 당하는 아프리카 여성들은 여성할례(Female Genital Mutilation : FGM)에 의해서도 고통을 받고 있다. 여성할례는 여성의 외음부 일부를 떼어내는 전통적인 통과의례로, 수많은 여성들의 불가침적인 신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억에서 1억 4천만 명의 성인 여성들과 소녀들이 여성할례의 후유증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약 9천 2백만 명이 바로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여성 할례는 이미 케냐, 탄자니아(Tanzania) 등 여러 국가에서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부족관습으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케냐 나록(Narok)의 마사이 연장자인 올레마이루 키파켄(Olemairuj Kipaken)은 “마사이족(Maasai)은 다른 부족들과 다르게 자녀가 할례를 거치지 않으면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할례를 해야 어른이 되고 남편의 집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할례를 근절하기 위한 비정부기구단체들의 활동이 지속되면서 에티오피아(Ethiopia)에서는 여성할례률이 80%에서 74%, 케냐에서는 32%에서 27%, 이집트(Egypt)에서는 97%에서 91%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의 28개국에서는 매해 1400만 명의 여성에게 행해지고 있다. 인권 전문가들은 여성할례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는 있지만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바지와 미니스커트 착용을 금지하고 여성할례를 강요하는 등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말라위에서의 시위처럼 오늘날의 아프리카에서는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바지를 입은 루브나 후세인은 재판 결과 태형을 면제받는 대신 2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내기를 거부하고 감옥에 수감되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용기와 절실함만으로는 전통사회에 머물러있는 남성들의 사고를 전환시키기에 부족하다. 아프리카 여성들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타 국가들의 국제적 관심과 경제원조 등을 이용한 간접적 압력이 필요하다.


출처: http://www.iol.co.za/dailynews/news/malawi-orders-halt-to-attacks-on-women-1.1216433

http://allafrica.com/stories/201201200337.html

http://fgcdailynews.blogspot.com/search?updated-min=2012-01-01T00:00:00-08:00&updated-max=2013-01-01T00:00:00-08:00&max-results=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