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투르카나 호수 근처에서 원유 발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박정경


   2012년 3월26일 케냐 대통령 무와이 키바키(Mwai Kibaki)는 케냐 북동부 투르카나(Turkana) 호수 근처에서 원유가 발견되었음을 공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케냐에서 이러한 발견은 처음이며, 케냐가 산유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첫발을 내딛었다”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동력자원부(Ministry of Energy) 장관 키라이투 무룽기(Kiraitu Murungi)는 케냐에서 최초로 발견된 원유를 공개하며 그간의 원유 탐사 과정 및 앞으로의 상업성 조사 일정에 관해 브리핑했다.

   기존 아프리카의 산유국이 주로 나이지리아, 적도기니, 앙골라 등지의 대서양 연안에 몰려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도양 연안, 즉 동아프리카 지역의 석유 탐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수년전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해안 지역에서 대규모 천연가스가 매장되었음이 발견되었고, 2006년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국경 근처 알버틴 분지(Albertine Basin)에 25억 배럴의 원유가 저장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주변국의 원유 발견에 고무된 케냐 정부는 수년전부터 영국의 석유 탐사 회사인 툴로우(Tullow)사에게 석유 탐사권을 주고 자국의 석유 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원유 발견은 이시올로(Isiolo), 라무(Lamu) 등지에서 30여 차례의 탐사 시추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동아프리카지구대의 분지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 탐사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 석유 탐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케냐의 다른 지역이나 에티오피아에서도 더 많은 성공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발견된 유정은 투르카나 호수 남서부의 나쿠쿨라스(Nakukulas) 지역 코데코데(Kodekode) 마을에 위치한 10BB 블록의 응가미아(Ngamia)-1이며, 원유는 지하 846m와 1,014m 사이에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 유정에서 나온 원유는 API 30도 이상의 중(中)질 및 경질유로서 원유 자체의 질은 비교적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툴로우사 관계자는 앞으로 3년간 상업성 조사를 위해 이 지역에 십 여 개의 유정을 더 뚫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06년에 발견된 우간다의 유전이 2014년부터 정유를 시작하여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므로, 케냐에서도 실제 석유 제품이 생산되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는 케냐의 최대 수입 품목이다. 케냐가 산유국이 된다면, 이는 케냐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지난해 케냐는 자국 화폐의 급격한 가치하락을 경험했다. 이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국제 시장에서 석유 가격의 상승이었다. 석유를 수입에만 의존하면서 국가 경제의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케냐 실링화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석유 생산으로 석유의 자급이 가능해진다거나 수출이 이루어지면, 케냐는 동아프리카공동체(EAC) 소속 국가들 중 최대 경제 규모를 보유한 국가라는 기존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케냐는 동아프리카 물류의 허브이기도 하다. 동아프리카 최대의 공항, 항만, 도로 시설 을 갖추고 있는 케냐는 인도양으로부터 아프리카 내륙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케냐는 남부수단의 석유 자원 수송을 위해 송유관 및 신항만 건설을 중심으로 북동부 지역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투르카나 호수 근처 유전의 상업성이 확인된다면, 현재 인근 지역 건설 중인 석유 수송 시설과 맞물려 그 경제적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