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테러 발생의 이면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박정경


   3월10일 저녁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한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수류탄 네 발이 정체불명의 괴한들에 의해 투척되어 여섯 명이 목숨을 잃고 서른 명 이상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퇴근 시간 무렵 보행자들의 이동이 많은 지역에 테러가 자행된 것으로 보아 이 테러를 기획한 집단은 최대한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케냐 당국은 즉시 소말리아에 기반을 둔 반군 단체 알-샤바브의 소행임이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케냐와 소말리아 반군 알-샤바브 간의 무력 충돌은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납치 사건이 그 시발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알-샤바브 반군은 소말리아 국경 근처 케냐 북동부 해안 및 내륙 지역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자원봉사자를 납치하고 인질의 본국에 몸값을 요구했다. 인도양에 면한 케냐 동부 해안은 유럽, 북미 등지의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휴가지다. 특히, 소말리아 국경에 인접한 라무 군도(Lamu archipelago) 지역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함께 스와힐리문화가 잘 보존된 곳이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지난 해 9월 라무 군도 북쪽 키와유(Kiwaiyu)섬의 한 리조트에서는 영국인 관광객 부부가 무장괴한의 공격을 받아 남성은 사망하고 여성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 몇 주 지나지 않아 라무 본섬 바로 맞은 편 만다(Manda) 섬에서 거주하던 프랑스인 여성 역시 무장괴한에게 납치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케냐 북동부 내륙 지역 구호활동을 벌이던 덴마크인과 미국인이 납치되기도 했다.

   케냐 정부는 일련의 납치 사건의 배후로 소말리아에서 반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알-샤바브를 지목하고, 지난 해 10월부터 국경을 넘어 소말리아 남부에서 반군 소탕을 위한 군사 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린다 은치’(Linda Nchi, 스와힐리어로 ‘국가를 지켜라’라는 의미)로 명명된 이 작전은 케냐-소말리아 간 국경 지역의 안전을 확보하여 케냐 국내총생산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케냐 정부 및 서방세계의 관점에서 관광 산업 보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아프리카 내륙 자원 송출로의 안전 확보이다. 현재 남부수단, 에티오피아 내륙의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 송출지로 라무 인근 케냐 해안에 신항만이 건설되고 있다. 소말리아의 정정 불안으로 인해 이 지역의 치안이 악화된다면, 신항만 건설을 통해 동아프리카 물류 허브로서의 기존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케냐 정부의 계획은 차질이 생긴다.

   소말리아 남부의 알-샤바브 반군은 케냐 정부군의 공격에 정규전으로 맞서기 보다는 게릴라전을 수행하면서, 케냐 본토의 비밀조직을 활용하여 산발적인 테러 공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 해 연말부터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북동부 지역에는 무장괴한에 의한 수류탄 공격이 수차례 자행되었다. 케냐 내에는 독립 이전부터 소말리인들이 있었고, 최근 몇 십년간 소말리아가 내전 상태를 지속하면서 수많은 소말리 난민들이 케냐로 유입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알-샤바브 동조자로서 일련의 테러 공격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테러 공격의 범인으로 체포된 사람들 대부분은 소말리계라기보다는 케냐 현지인이다. 케냐인이 알-샤바브 조직원으로 포섭되어 테러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케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은 과거 몇 십년간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청년 실업이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되어 알-샤바브 조직원으로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예가 케냐에서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케냐 정부가 경기 진작, 투자 유치 확대 등을 통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소말리아 반군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도 실업 청년들의 후원자로 등장하여 케냐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세력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