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시민사회의 과제

   반세기 동안 식민 지배를 받고 독립한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국민 통합과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권위주의적 중앙집권화가 계속되었다. 따라서 서구적 개념의 시민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 1990년 이전까지 일반 시민의 정치·사회적인 의식과 활동은 조합과 정치 세력에 의해서 대변되었다. 특히 농촌에서는 땅콩, 코코아와 같은 환금 작물 재배가 중심이 되는 농민 조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1990년 민주화와 함께 한 국가에 많게는 5,000여 개, 적게는 2,000개의 시민단체가 등장하였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결같이 민간 활동의 활성화와 이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해야 했다.

   아프리카 시민사회 단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조직적인 세력으로서의 시민단체와 다른 하나는 조직화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단체이다. 전자는 개화된 엘리트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자는 농민층인 문맹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사회 참여의 방식과 전략은 이 두 유형에 의해서 달라진다고 보아야 한다. 전체 인구의 1~10%인 엘리트 대부분은 식민 교육을 받았거나 현대 서구 교육을 받은 계층으로, 활발한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에 깊게 관여하고 있거나 시민단체에서 화이트 엘리트 역할을 한다. 반면 문맹자층으로 구성된 시민단체의 일부는 도시에서 상업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치·사회적 활동을 위해 엘리트와 연합한다.

   이에 비해 시골 농민 중심의 시민단체들은 조직화되지 않았거나 잘 조직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사회에 참여한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엘리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역사회 개발 협회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아프리카 시민사회의 단체, 특히 일반 서민단체의 활동은 비정형적이 될 수밖에 없어, 이들의 활동은 국가라는 범주를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아프리카 NGO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정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이지리아 NGO를 제외하고 대부분 서아프리카 NGO들은 국가나 국제 NGO와 후원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서 다양한 NGO 출현이 어렵고 시민사회 단체로서 정치적 중재가 불가능하게 되며, 결국은 주민의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NGO들이 국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은 올바른 민주 사회의 정착을 더디게 하거나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재정 자립이 쉽지 않은 아프리카 시민단체들은 첫째는 정치 지도자들이 간여하지 않는 시민단체 간의 신빙성 있고 강력한 지역 상호적인 조직이 우선 필요하다. 지역 상호적으로 조직된 시민단체들이 잘못된 민주주의에 대한 공동 강령을 만들어 투쟁하기가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둘째 문제는 종족적·혈연적 단계 수준을 빨리 뛰어 넘어야 한다. 서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서 시민단체의 수는 나라마다 상이하지만, 평균 5,000개가 넘는다(케냐에는 150,000개의 시민단체가 있음). 하지만 조직화되고 재정 자립이 확립된 시민단체는 아주 극소수이고 이들 단체의 참여 수도 1만 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가족·혈연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시민단체가 외부에 의존하게 되면서,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상실하고 단체 자체를 맹신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 고유의 정체성을 왜곡 혹은 변질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