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공동체와 스와힐리어: 우간다의 언어 이데올로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양철준


   1999년 조인되고 2000년 7월부터 발효된 동아프리카공동체(EAC)는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역공동체이다. 발족될 당시에는 동아프리카의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가 주축이 되었지만 2007년에 중부아프리카의 르완다와 부룬디도 가입하면서 EAC는 중동부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정부간 역내기구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동아프리카공동체 가맹국들의 전체 인구가 1억 3천 3백만인데 언어, 문화, 종족적으로 다양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상이한 식민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적, 경제적인 통합과 더불어 가맹국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핵심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공동체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의사소통이 불가결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어는 EAC의 핵심적 가치와 목표를 실현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식민종주국의 언어를 기준으로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에서는 영어가 공식어/공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르완다와 부룬디는 벨기에(제1차세계대전까지는 독일)의 식민통치를 받아 불어가 공식어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는 다수의 종족어들이 공존하고 있어 언어적 다양성이 풍부한 나라들이다. 이에 반해 르완다에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키냐르완다(Kinyarwanda), 부룬디에서는 키룬디(Kirundi)로 소통하는 이른바 준단일언어사회이다. 이와 같은 언어상황에서 스와힐리어는 영어권과 불어권을 넘나들고 종족어와 종족어를 연결해주는 교통어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따라서 EAC의 출범과 역할 강화는 스와힐리어의 지위와 기능에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로이 규정되고 있는 스와힐리어의 위상과 역할에 대하여 우간다에서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내륙이었던 우간다로 교역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스와힐리인들과 아랍인들이 18세기에 도래하면서 스와힐리어가 우간다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구 선교사들은 이슬람과 동일시되던 스와힐리어 대신 종족어들을 선교활동을 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영국은 부간다 왕국을 지렛대로 삼아 우간다의 다른 종족집단들을 통치함으로써, 최대 종족집단을 이루고 있는 간다인들(Baganda)의 언어(Luganda)가 일정한 테두리 내에서 초종족적 공통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때문에 일찍부터 영어와 루간다가 주요한 언어로 뿌리를 내렸다.

   한편 이디 아민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시기(1971-1979년)에는 스와힐리어를 군대와 경찰의 언어로 사용하도록 고무함으로써 폭압적 군대와 경찰과 스와힐리어가 동일시되는 현상도 빚어냈다.

   그러나 EAC의 출범과 역할의 강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내의 국가와 종족을 넘나들며 통용되는 스와힐리어를 유효하고 의미 있는 소통 매체로 삼아야한다는 견해들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요컨대, 역사적, 정치적으로 과정의 결과로서 형성된 언어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언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언어 사용의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 사용에 대한 합리화와 정당화의 방식으로 외현되는 언어에 관한 믿음(맹신/편견/선입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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