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개봉된 영화 라이온킹(The Lion King)을 관람한 사람들이라면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라는 표현을 기억할 것이다. 한국어로 “문제 없어요” 혹은 “걱정마세요”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이 표현은 스와힐리어권 동아프리카를 여행해본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최근 스와힐리어권 탄자니아와 케냐에서는 이 표현의 상표권 등록 주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저작권 혹은 상표권의 등록과 보호가 전 세계적 추세인 상황에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논쟁의 중심에 있다. 저작권 침해나 상표권 남용은 위법 행위로 간주되고 국제 사회는 저작권과 상표권의 보호에 공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나 표현까지 저작권과 상표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격려하거나, 타인의 어려움에 대한 위로와 연대의 의미로도 수용된다. 동아프리카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이 표현을 저작권이나 상표권으로 등록할 수 있는 권리는 누가 부여하는가?
프랑스에서 스포츠나 레저, 아웃도어 용품을 판매하는 데카틀롱(Décathlon) 그룹은 ‘칼렌지(Kalenji)’라는 브랜드를 생산·판매한다. 육상, 특히 마라톤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이 케냐의 칼렌진(Kalenjin)족 출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데카틀롱의 브랜드가 칼렌진족 종족 명에서 마지막 자음 n만을 뺀 것이라는 것은 쉽사리 추측할 수 있다.
세계 다른 나라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지명, 종족 명, 일상적 표현까지 저작권이나 상표권의 대상으로 만드는 서구의 이상한 담대함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