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지율 하락과 시사점

남아공의 민주주의

   2019년 5월 8일 치러진 남아공 총선 결과는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지지율이 현저히 하락하여 국민에게 준엄한 경고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ANC는 57.51%를, 제1야당인 민주동맹(Democratic Alliance: DA)이 20.76%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좌파 성향인 경제자유전사(Economic Freedom Fighters: EFF)는 10.79%를 득표해 3위로 올라섰다. 하원에서는 ANC가 하원 의석 400석 가운데 230석을, DA는 84석, EFF는 44석을 확보했다.

   1994년 만델라가 이끄는 흑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현재의 시릴 라마포사까지 25년간 ANC가 계속해서 집권해 오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또한, 넬슨 만델라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1994년 이후 치러진 6차례 총선에서 ANC의 득표율이 60%를 밑돈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ANC는 1994년 62.7%를 득표한 이후 1999년 66.4%, 2004년 69.7%, 2009년 65.9%를 기록했고 2014년 득표율은 62.2%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66%로 2014년(73.5%)보다 7% 포인트 넘게 떨어져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전 공개된 여론 조사에서 ANC 지지율은 5년 전 총선의 62%에 훨씬 밑도는 49.5%를 기록했다. 과반인 50%의 벽조차 무너진 것이다.

   선거 결과는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ANC에서 마음이 떠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14년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이 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인도계 재벌 굽타 가문과의 유착 및 부정부패로 탄핵을 받아 대통령직에서 쫓겨나면서 ANC 지지층의 마음이 떠난 것이 분명하다. 또한, 작년 2월 주마의 뒤를 이어 대통령직에 오른 시릴 라마포사는 아직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특히 중산층과 젊은 계층의 이반이 심각하며 이들은 극좌 민족주의 정당인 EFF에 호의적인 모습이다. 젊은 층의 민심 이반은 정치 혐오로 이어지고 선거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만델라의 후광이나 흑인 정부의 탄생을 들먹이며 남아공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 수는 없다. 민주주의 발전은 집권 여당인 ANC가 부정부패를 없애고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만평 출처: https://ewn.co.za/2019/04/30/cartoon-mandela-rolls-out-the-carpet-for-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