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지방분권화의 현실

   1990년 민주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프리카 지방분권화는 올해로 28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크게 진전된 것은 없어 보인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나 의회 제도 같은 정치 제도 혹은 거시적인 시장 경제 체제 과정과 달리, 지방분권화 과정에서는 지역의 복합적인 현실과 문화를 반영하는 특수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보편주의 간 충돌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아프리카 민주주의로의 완전한 이행은 절반 수준 혹은 그 이하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분권화는 정치적 민주화보다 더 낮고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1990년 이후 민주화 시행에도 불구하고 중앙집권적 대통령 중심제가 실시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대의 제도와 대통령 중심제를 병합한 혼합 체제가 실시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헌법 개정(민주 헌법에서는 연임으로 제한함)을 통해 3선에 나서 당선되는 현직 대통령이 증가하면서, 10년 이상의 장기 집권이 당연시되고 있어 지방분권화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분권화는 정치·행정·재정적 차원에서 상호 복합적으로 시행된다. 이 중 행정적 분권화는 재정적 분권화와 정치적 분권화보다 복잡하고 지역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행정적 분권화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지역 주민이기 때문이다. 행정적 분권화는 지역 주민에게 자체적인 공공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행정 정책의 결정 권한, 관리 책임 및 행정 책임 등을 지방 행정 기관, 광역 자치단체 혹은 기초 자치단체에 재분배하는 것이다. 이는 권한 분산(decentralization), 권한 위임(delegation), 권한 이양(devolution) 등으로 세분된다. 권한 분산은 행정적 분권화 중에서 가장 약한 분권화 형태로, 지방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에 공공 서비스 및 정책 결정을 부분적으로 이양하면서 최종적인 책임은 중앙 정부가 진다. 독립된 지방 자치단체가 존재하지 않고 중앙 정부의 지방 기관들이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 차원에서 관리되는 것으로,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의 분권화는 형식적인 권한 분산에 가깝다.

   이에 반해 좀 더 진전된 분권화의 권한 위임은 지방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가 지역 발전을 위한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서비스 관할 구역, 교통, 주거 서비스 등을 갖추었을 때 책임을 위임하는 형태다. 따라서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못 미치는 준(準) 독립 기관으로 행정 권한의 일부를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권한 위임을 통한 행정 분권화가 실시되고 있으나 미진하다. 마지막으로, 이양 형태의 분권화는 중앙 정부가 준독립적인 지방 정부나 자치단체에 정책 결정권, 지방 재정 권한 등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 분권화에서는 지방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가 중앙 정부에서 위임받은 권한을 통해 시장과 지역 의회 의원을 선출할 수 있으며 재정적 자립도 가능하다. 이양 형태의 분권화는 일반적으로 정치 분권화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행정 분권화에서 이양에 대한 중앙 정부의 의지는 전반적으로 약하다. 남아공과 우간다의 행정적 분권화 수준은 높고, 나이지리아, 르완다, 케냐 등은 중간 수준이지만, 나머지 대부분 국가는 낮은 편이다. 현재 아프리카 분권화에서는 정치적·재정적 분권화도 중요하지만, 행정적 분권화는 대의제로 대신하는 정치적 분권화와 달리, 주민이 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문제에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고, 지역 민주주의(local governance)가 정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프리카 인구의 70~80%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