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국가 비상사태 상황, 그 뿌리는?

   2016년 10월 2일 에티오피아에서는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55명이 넘는 사람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사망하자, 에티오피아인은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사로잡혔다. 이들 사망자는 대규모 군중과 함께, 해마다 열리는 이레차 감사제(Irrecha festival of thanksgiving)를 기념하기 위해,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45㎞ 떨어져 있는 비쇼프투(Bishoftu)로 모여들었다. 불행히도, 이 모임은 참담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젊은이와 노인,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희생되었다. 보안군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비쇼프투 지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시위가 계속해서 발생한 곳이다.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곳은 비쇼프투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필자가 지난 7~8월에 현지조사를 수행한 아셀라(Asella) 타운의 분위기도 상당히 험악했다. (아셀라는 오로미아 주(Oromia Region) 아르시 존(Arsi Zone)의 중심 타운이다.) 아셀라의 인근 지역에서는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여러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은 3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국내 뉴스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정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린 탓이리라. 외신과 비정부 기구(NGOs)를 통해서만 에티오피아의 심각한 사회상을 간간히 접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최근의 반정부 시위는 경제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오로모족의 불만, 암하라족의 영토를 강탈한 티그레이족에 대한 불만 및 국가 지도자들의 부패로 인해 촉발되었다. 한동안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종족은 오로모족이었다. 그러다가 암하라족도 시위에 가세하게 되었다. 이것은 티그레이족이 그들의 영토를 강탈했기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인 양상을 띠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방화와 파괴가 자행되고, 사상자가 속출하게 되었다. 급기야 지난 10월 9일(현지 시간) 하일레마리암 데살렌(Hailemariam Desalegn) 총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는 향후 6개월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종족 갈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오로모족(34%)과 암하라족(27%)은 총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로모족은 에티오피아의 최대 종족이긴 하나, 19세기 말부터 오랫동안 암하라족의 지배를 받아 왔다. 에티오피아에서 네 번째로 큰 종족 집단인 티그레이족은 총인구 중 불과 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1991년 이래 티그레이족은 정치적 지배 종족 집단으로 군림해 왔다. 그래서 반정부 시위의 기저에는 오로모족과 암하라족 간의 갈등, 이들 두 종족과 티그레이족 간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티오피아 전역의 타운에서 상권을 지배하고 있는 종족은 구라게족과 실테족이다. 그래서 이들 두 종족과 여타 종족들 간의 갈등 역시 심화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사회는 장기간에 걸쳐 빚어진 종족 갈등을 어떤 식으로 극복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