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유하영/아프리카학부 작성일: 2019.11.15
지난 11월 12일 화요일,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UN 국제인구개발회의(ICDP: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opulation and Development)가 개최되었다. 이 회담에서 케냐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는 2022년까지 여성 할례를 금지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그는 “조혼은 소녀들이 교육을 통해 그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으며, 소녀들의 사회·경제적 활동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조혼 역시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 3일 동안 열린 정상 회담에서는 여성의 권리, 성적 권리 및 교육과 가족 계획에 참여할 권리를 신장시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여성 할례를 비롯한 조혼 문제는 아프리카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 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 )은 아프리카에서 매일 800명 이상의 여성이 임신과 출산 중에 사망하고 있으며, 결혼을 강요받는 소녀는 약 33,0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2019년 전 세계에서 18세 이하에 결혼한 소녀는 약 천만 명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케냐타의 발언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개인이나 여성의 권리가 억압받는 전통문화가 정치화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여성의 성적 권리나 임신, 피임과 같은 주제는 금기시되거나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할례와 조혼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케냐 뿐만 아니라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여전히 조혼과 할례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도 어린 소녀들이 결혼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으며, 할례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여성의 수도 적지 않다. 사실상 문화적인 배경에서 비롯한 사회 문제는 신속하게 해결되기 어렵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관습을 단순히 금지만 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냐타가 2022년까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지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히,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한 ‘보여 주기식 행보’가 아닌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 아프리카도 그 흐름에 합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여성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인식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케냐타의 약속을 통해 많은 여성이 더 이상 조혼과 할례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