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사태와 아프리카 지역안보 문제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2012년 3월 서아프리카 사막 가운데 위치한 말리에서는 쿠데타로 투레 정부가 무너지고, 투아레그 반군과 이슬람 단체들이 키달, 가오, 팀북투 등 동북부 지역을 장악하였다. 하지만 올해 1월 초에 이슬람반군이 중부 지역 요충지 코나를 점령하면서 말리 수도 바마코가 위험에 빠지자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섰다. 이에 반군들은 알제리에 있는 정유회사를 급습하여 인질 40여 명을 사로잡고 이 중에 30여 명이 목숨을 잃게 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말리 사태 개입에 미국이 주저하는 사이에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북부의 요충지인 콘나 지역에서 이슬람 반군을 몰아내어 말리의 위급한 상황은 피해갔다. 하지만 서부 아프리카 15개국으로 구성된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의 지역안보에서 역할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ECOWAS는 유엔 승인 하에 2012년 12월 말리에 3천 300명의 파병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ECOWAS 회원국의 대부분이 이슬람 국가들이고 직간접적으로 이슬람 단체들에 영향을 받거나 자칫 자국의 온건한 이슬람 국민들이 반정부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번 북동부 점령에 관련되어 있는 투아레그 세력들은 이곳의 지정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여러 지역과 국가에 다양하게 걸쳐 있기 때문에 각 회원국들은 자국에 향후 미칠 ‘풍선효과’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나이지리아 같은 경우는 알카이다 북아프리카 지부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 세력이 자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과 연관되어 있다.

   더욱이 쿠데타로 집권한 아마두 하야 사노고 군사 정부는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항의로 자신들의 축출한 전 정권과 타협을 통해 새 대통령은 임시로 취임하였지만 여전히 군부 세력들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또 다른 반군의 공격이 있을 경우, 말리 정부가 독자적인 강력한 대처 방안과 수단이 있는지도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염려하여 강력한 우방으로 자처한 프랑수아 올랑드 새 정부가 말리의 군사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선언하였지만, 언제까지 외국 군대에 의존하여 자국의 안보를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북아프리카 지역이 유전 및 천연가스 등과 관련된 개발 사업이 서방국가들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어서 또 다른 반정부적인 군사행동이 일어나고, 서방인들에 대한 인질이 발생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말리 정부가 대처한다면 서아프리카에서의 반정부군과 알카이다에 의한 군사적 행동을 아프가니스탄의 경우처럼 자체적으로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다국적군의 조직화와 동원능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 회원국 간의 모종의 합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COWAS 다국적군의 개입이 1월 중순 이후 본격화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각 회원국들의 파견 결정이 신속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ECOWAS 회원국의 다국적군이 파병되었으나 대부분은 프랑스·말리 정부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평화유지 임무를 주로 맡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다국적군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말리 상황이 ECOWAS 회원국들의 공동정책을 통해서 해결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반테러와의 전쟁을 빙자한 서구의 자본제국주의의 함정에 또 다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ECOWAS 회원국들의 중장기적인 대책을 위한 최소한의 공동 논의와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