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상사태 하의 튀니지, 마그레브 테러 집단의 새로운 거주지가 되어가나

   5년 전 ‘재스민 혁명’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튀니지가 아랍의 민주화를 주도하리란 사실에 대해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2015년 현재 튀니지는 국가 비상사태하의 삼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테러의 청정지대로 인식된 튀니지가 국가 비상사태 하에 있는 것은 무엇보다 테러 위험으로 늘 불안한 상태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의 바르도 박물관 테러 (23명 사망)와 6월의 수스 해변가 테러 (38명 사망)는 7월 4일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 선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후 소규모 테러가 곳곳에서 발생하여 원래 2개월로 예정됐던 비상사태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잠정적으로 10월 3일까지 비상사태를 연장한 상태지만 또 언제로 연장될지 모르는 일이다.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에 튀니지 국민 대다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만큼 튀니지에서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국민들 또한 자국이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걸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수입이 테러로 인해 막히다 보니, 국민들도 테러집단을 척결해주길 바라는 눈치이다. 테러 활동은 주로 해변가, 산악지대(특히 알제리와 접경지대에 있는 Châambi 산악지역), 알제리와 리비아의 경계인 사하라 일대에서 행해지고 있다. 특히 국경 지역의 불안을 이용하여 리비아에서 들어오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각국 외교 공관은 정세 불안을 이유로 철수하려 하니, 국민들로서는 어쩌면 테러 척결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이해했을 것이다.

   국가 비상사태가 단순히 테러집단의 활동을 억제하겠다는 선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은 그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 동안 국가 경제가 워낙 피폐해지다 보니,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가 부패 혐의로 기소된 경제인과 공무원을 사면해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과 시민단체는 이번 사면이 과거 정권 인사의 범죄 사실을 세탁하고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9월 13일 튀니지 수도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여 또다시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있다. 국가 비상사태 하에서 3명 이상의 공공집회 금지와 통행 금지령이 내려져 있기 때문에 어떤 충돌로 이어질지 불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우리의 추석에 해당할 만한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희생절)이 9월 23~26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 기간에는 국민들이 모여 정국과 경제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과연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이슬람 테러집단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한때 ‘아랍의 봄’을 주도한 튀니지의 정세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