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프리카 종주국에서 물러나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유럽연합과 EU-ACP 협력체의 중심국가, ODA(공적개발원조)의 주요 수여 국가 등으로 프랑스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특히 여타 구 식민종주 유럽 국가들과 달리, 1957년부터 야운데협정(현재 코토누 협정으로 바뀜)을 통해서 구 식민지령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유럽공동체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현재까지도 다방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67년 드골 전 대통령에 의해 구상된 프랑코폰 정상회담은 올해로 4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독자적으로 프랑스-아프리카 정상회담을 25년째 꾸준히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아프리카와 프랑스는 식민지배라는 뼈아픈 과거로 인한 반목이 아닌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현 대통령 사르코지의 등장으로 프랑스와 아프리카 관계는 한동안 소원해지기도 하였다. 사르코지는 대통령 후보 연설에서 이전 대통령들의 ‘프랑스-아프리카(Françafrique)’ 정책을 그대로 지속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하였다. 하지만 프랑스가 아프리카를 경제적으로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우호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기존의 ‘퍼주기식’ 혹은 손해 보는 경제협력을 최대한 피하는 현실주의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9․11 테러와 최근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정세불안으로 프랑스의 원유수입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다. 특히 자이레(현 콩고민주공화국) 모부투정권의 파행적인 정치에 대한 방관 및 1994년 르완다에서 일어난 종족분규를 제노사이드(Genocide)로 규정될 수 있게 하지 못한 안보리 이사국으로서의 책임 등의 문제로, 탈냉전 이후 프랑스에 불만을 가진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이 증가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탈프랑스 및 탈유럽화의 정치외교적 경향은 현 정권이 기존의 ‘프랑스-아프리카’ 정책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 예로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은 석유자원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앙골라 및 콩고민주공화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하였다. 특히 중국의 전방위적 자원외교와 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기니 만 지역을 중심이 된 선함(善艦)외교 및 자원외교는 프랑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기니 만에서 앙골라 해역까지는 약 50여개의 원유광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유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 아프리카 전략의 모색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최근 사르코지의 콩고민주공화국의 방문은 초기 사르코지 대 아프리카 정책의 변화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프랑스의 주요 우방국이며 프랑스-아프리카 협력의 모델이라고 하는 세네갈에서의 프랑스 일부병력의 철수와 함께 콩고민주공화국에 설치하는 새로운 군사기지 창설은 기니만 지역의 자원안보의 중요성을 강화시키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프랑스는 기존의 ‘프랑스-아프리카’ 정책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보다 고려한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구 식민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서 프랑스, 미국 , 중국 간에 외교적 영향력과 자원 확보를 둘러싼 경쟁구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