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을 꿈꾸는 세네갈 대통령과 민주주의로의 이행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세네갈은 민주주의가 비교적 안정되게 정착한 국가로 알려져 왔다. 초대 대통령 셍고르(Léopold Sédar Senghor)는 1980년 20년간의 장기권력을 스스로 양도함으로써 아프리카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평화적 정권교체를 최초로 성공시켰다. 또한 셍고르의 권력을 이양 받은 압두 디우프(Abdou Diouf)는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제 1 야당 지도자, 압둘라이 와드(Abdoulaye Wade)에게 패하였다. 그러나 그는 선거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조용히 물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세네갈의 민주역사에 오점을 만들고 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세네갈을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할 수 있게 만든 야당 출신 현 대통령 와드다.

   2011년 6월 22일 정부는 야당과 시민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헌법개정안을 법사위를 통해 통과시켰다. 이 헌법 개정의 주요 사안은 현행 헌법상 의무 규정인 1차 투표에서의 50%의 지지율을 25%만 얻어도 당선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2년 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현 대통령의 재선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정치술수로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시켰다. 또한 에너지부 장관인 아들 카림 와드를 헌법개정으로 신설될 부통령직에 임명하여 아들에게 정권을 승계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것이 야권세력의 주장이다.

   결국, 2011년 6월 23일과 27일 수도 다카르(Dakar)에서 수 천 명의 시민(특히 청소년)들은 “내 헌법을 건들지 말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회, 내무부, 독립광장 등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사당 건물의 일부가 방화되고, 시위대의 몇몇은 총격으로 사망하였다. 또한 수 천 명이 부상당하는 초유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다.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서 7월 와드 대통령은 대 국민담화를 통해서 헌법 개정의 취소, 5만 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전력공급의 안정화 등 ‘믿지 못할’ 약속을 하였지만, 매월 27일이면 세네갈 수도 다카는 화약 냄새, 돌팔매, 방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드 현 대통령은 3선의 욕망과 부통령직 신설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하지 않고 있다.

   과연, 세네갈은 현재와 같은 정치적 긴장과 국민과의 소통의 단절 속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맞이할 것인가? 막강한 조직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현 정부와 집권정당에 대항할 수 있는 세네갈인들의 민주주의 힘은 어디에서부터 나와야하는 가 ? 필자가 2011년 7월 현지에서 보고, 느낀 점으로는 세네갈의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에 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현 대통령과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단일 후보를 야권에서 내세우는 것이다. 단일후보를 위한 정지작업은 이미 7개월 전부터 35개의 야당세력들 간의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해관계 조정의 실패로 현재는 여러 명의 후보가 대선에 등록하고 있어 정부와 현 집권정당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 임박하여 야당 후보자들이 후보등록을 포기하고, 야권 단일 후보를 내세워 와드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권 단일 후보가 성공하여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하여도, 지지 세력들에 대한 권력분점 문제는 향후 세네갈의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에 중요한 행보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야권 단일 후보를 내세워 민주주의에 걸림돌이 되는 장기집권을 종식시킨다면, 더디고 불안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