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대학교(University of Cape Town: UCT)에서 세실 로즈(Cecil Rhodes)의 동상이 검은색 쓰레기봉투로 감겨 있거나 배설물이 투척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23일 학생들은 동상 철거를 위한 연좌농성을 벌였다. 한 학생단체는 로즈 동상은 남아공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잔재로, 현 정부가 인종차별 개혁 의지가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동상 철거 날짜를 확실히 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UCT 부총장인 막스 프라이스(Max Price)는 동상을 철거하기보다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으나 학생들은 이를 거절했다.
남아공의 문화예술부장관인 나티 음테트와(Nathi Mthethwa)는 UCT에 있는 로즈 동상을 폭력적으로 제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학생들은 동상을 제거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고, 아울러 동상 철거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음테트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동상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참여를 통한 대화와 협상을 바라며, 동상에 대한 어떤 요구든지 30일 동안 당국과 이해관계자 사이의 공식적 협의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실 로즈는 영국 식민주의자로 남아공의 다이아몬드와 금광 사업을 독점 경영한 정치가였다. 1880년대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 통치는 영국의 제국주의를 신봉했던 세실 로즈가 주도하여 이루어졌다. 세실 로즈는 영국 정부, 의회, 언론의 유력 인사를 매수해 영국령 남아프리카회사(British South Africa Company : BSAC)의 설립 허가를 얻은 후, 영국 정부를 대신해 아프리카를 정복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이를 통해 그는 다양한 수단으로 많은 토지와 채광권을 획득하여 거대한 재산을 모았다. 세실 로즈는 남부 아프리카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되었고 1890년에는 케이프 식민지의 총독이 되었다. 세실 로즈는 ‘케이프에서 카이로까지(Cape to Cairo)’ 이어지는 아프리카 종단 정책을 꿈꾸었다. 그는 이 정책의 일환으로 1895년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현재 짐바브웨로 알려진 로데지아(Rhodesia)를 건설하였다. 또한 아프리카 최초의 대학인 UCT를 만들고 자신의 사재로 이 대학에 로즈 장학금을 제공했다. 세실 로즈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영국은 세실 로즈를 훌륭한 인물로 평가하지만 아프리카인은 제국주의자이며 침략주의자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4월 9일 UCT 학생들의 거센 항의로 영국 제국주의자인 세실 존 로즈의 동상이 철거되었다. 그동안 많은 학자는 세실 존 로즈의 동상이 백인 특권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몇 주간 계속된 집회에는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흑인과 백인 학생이 참여했다. UCT의 이사진과 학생들은 지난 수요일 로즈 동상 철거에 대한 투표를 한 후 4월 9일 목요일에 수천 명의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상 철거가 진행되었다. 몇몇 구경꾼은 철거된 동상이 있는 트럭에 올라가 동상의 머리에 바가지를 씌워 테이프로 감았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UCT의 한 학생이 “이번 동상 철거는 민주주의를 향한 훌륭한 시작이며 우리에게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상철거운동 단체의 대표자인 한 학생은 로즈 동상의 존재가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난 후에도 대학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550명이 넘는 지지자가 서명한 온라인 탄원서에서 “로즈 동상은 제국주의 힘의 상징이며 원주민의 땅을 훔치고 흑인 노동자를 착취한 극악무도한 살인자를 숭배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백인 지상주의자를 기념하는 모든 동상과 명판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로즈 동상을 옹호하는 학생단체는 로즈 동상이 남아공 유산의 일부이기 때문에 보호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로즈 동상 철거는 백인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남아공의 다른 동상들의 운명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