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새 내각 구성,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한 개각인가?

   지난 5월 14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알제리 정부의 새 내각이 발표되었다. 작년 9월에 내각을 구성하고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새 내각을 구성한 것에 많은 사람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개각에 대해 연정 파트너인 민족민주동맹(RND)은 “정부에 신선한 바람을 예고할 것” 혹은 “경제개발 계획에 탄력을 줄 것”이라고 했지만, 야권과 대부분 국민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엔나흐당은 “민심 이반을 두려워한 정부가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고 평했고, 정의개발당(FJD)은 “인사 실패의 연속”이라고 혹평했다.

   일단 경질된 장관이 관심을 받는다. 특히 빅 4라 불리는 요직은 알제리에서 늘 관심의 대상이다. 알제리에서 빅 4 장관으로는 외교부, 국방부, 내무부, 에너지부 장관이다. 국방부 장관을 대통령이 겸직하고 있으니, 사실상 3명의 장관이 서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개각에서 이 3명 중 2명이 경질되었다. 내무부 장관이던 Tayeb Belaïz와 에너지부 장관 Youcef Yousfi이다. Tayeb Belaïz의 경우 건강상 이유로 내무부 장관에서 물러났지만, 정무장관으로 기용되면서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동할 전망이다. 건강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보좌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터움을 의미한다. 또 다른 측근 Youcef Yousfi의 경우는 유가 하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그리고 셰일가스로 국민의 분란과 혼란을 야기하여 경제 불안과 사하라 일대 지역민의 원성을 부추긴 점이 경질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빅 4 이외에 나머지 4명의 장관, 즉 문화부, 수자원부, 재무부, 우편정보통신부 장관이 경질됐다. 이들은 작년 9월 임명된 이후 9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4명의 장관, 즉 에너지부, 고등교육과 과학연구부, 우편정보통신부, 재무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었으며, 나머지 장관은 유임이거나 보직 변경이 되었다. 새로 임명된 에너지부 장관 Salah Khebri는 알제리 국영 석유회사 소낙트락 출신으로 최근의 유가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고등교육과 과학연구부 Mohamed Tahar Hadjar 장관은 알제대학교 총장 출신으로 의외의 발탁으로 받아들여진다. 우편정보통신부 장관 Imane Houda Faraoun은 최연소 장관에다 여성으로 외국에서도 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알제리에 남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녀의 발탁은 보수적인 알제리 사회에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재무부장관 Abderrahmane Benkhalfa은 경제 전문가로 부테플리카 정부의 향후 경제 정책을 새롭게 조정할 책무를 맡고 있다.

   이번 개각은 기존 각료들의 유가 하락 대책 미흡과, 셰일 가스로 인한 국론 분열에 대처하면서, 대통령의 중병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안정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개각에서 밀려난 장관들은 현 총리와 불편한 관계였다는 점을 들어 총리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모든 상황에 대한 얘기들이 있지만 결국 새 내각은 지지부진한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공약을 원만하게 추진시켜야 할 책무를 맡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중병으로 거의 거동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 공약 중 하나인 헌법 개정을 별 논란 없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다음으로 2019년까지 진행될 경제개발 계획을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알제리 권력 속성상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군과 정보부, 민족해방전선(FLN)의 협조 없이 새 내각이 독자적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까? 만약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결국 행정부의 힘을 약화시키면서 측근 권력을 강화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