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의 전기는 누가 끊은 것인가?

작성자: 양나희

양나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아프리카어와 국제학을 전공하는 학사과정생으로, 현재 아프리카연구소 HK3.0 학사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프리카 개발 및 정치에 관심이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시작된 정전 사태는 주요 인프라를 마비시키고 수도를 어둠에 잠기게 했다. 이는 단순히 발전기의 문제가 아닌 수십 년간 이어진 공기업의 만성적인 부패와 외채에 의존한 취약한 경제 구조가 낳은 필연적 결과였다. 특히, 국영 전력·수도 공기업인 ‘지라마(Jirama)’의 방만한 운영과 천문학적인 부채는 국민들에게 불규칙한 서비스와 높은 요금이라는 이중고로 돌아왔다. 청년 실업률이 20%를 상회하며 미래에 대한 절망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생활의 기본 조건마저 위협받자, ‘전기를 끊은 것은 정권이었다’라는 인식이 빠르게 번졌다. 일상의 불편이 구조적 불의에 대한 비판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가장 먼저 분노의 목소리를 낸 것은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Z세대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거리로 나와 “전기를 돌려달라(Avereno ny jiro!)”고 외쳤지만, 곧 그 외침은 “즉시 물러나라(Tsy maintsy miala!)”로 바뀌었다. 청년들은 SNS와 메시지 전달 앱을 ‘전략적 무기’로 활용했다. 트위터와 틱톡을 통해 시위 현장의 생생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중의 공감을 얻었고, 텔레그램과 왓츠앱 등 비공개 메시지 전달 채널을 이용해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신속하게 집결지와 행동 계획을 공유했다. 이러한 신속하고 분산된 네트워크는 기존의 정당이나 노조가 주도하는 시위와는 달리 중앙 통제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리퀴드 시위(Liquid Protest : 사회학적 개념인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에서 유래하여 유동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시위를 의미하며, 이는 곧 기성 정치권이 파악하고 통제하기 힘든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동원력을 보여줌)’의 형태로 나타났다.

CNN에 따르면, 시위대의 다수는 20대 초반으로 정부의 부패와 경제난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청년 주도의 시위는 군 내부 균열을 촉발했고, 대통령은 망명길에 올랐다. 마다가스카르 사태는 단지 한 국가의 정치적 변덕이 아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자라고 있는 ‘디지털 시민세대’의 각성을 보여준다. 그들은 과거 세대처럼 이념이나 정당이 아니라, ‘생활과 존엄’으로부터 정치에 진입한다. 정전·물부족·청년실업 같은 일상의 위기가 곧 정치의 언어가 되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의 거리에서 시작된 외침은, ‘전기를 돌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존엄을 돌려달라’는 요구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케냐, 나이지리아, 수단, 콩고의 청년들이 반복해서 외치는 말이다. 정전은 곧 끝날 수 있지만, 청년세대의 각성은 꺼지지 않을 불빛으로 남을 것이다.

image01 출처:AFP

image02출처: AP photo by Brian Inganga

출처: Princewill, N. (2025, October 18). Gen Z protesters toppled Madagascar’s president. should other African leaders worry? CNN. https://edition.cnn.com/2025/10/18/africa/gen-z-topples-madagascars-president-in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