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대란 ‘결혼 시에 신랑 측이 신부 측에게 지불하는 재화’를 가리킨다. 신부대 관습의 기원은 기원전 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를 비롯하여 메소포타미아, 히브리, 아즈텍, 잉카 등의 고대 문명에서 이 관습이 실행되었다. 1967년 조지 머독(George Murdock)은 1,167개의 전(前) 산업 사회에 관한 자료를 토대로 『세계 민족지 지도』(World Ethnographic Atlas)라는 저서를 발간했다. 이 저서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중 90% 이상이 신부대 관습을 실행하고 있었다. 오늘날 이 관습은 근대화와 산업화 등의 영향으로 쇠퇴하거나 소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상당수 지역에서는 신부대 관습이 여전히 광범하게 존재한다.
전통 사회에서는 신부대가 사회·경제적 순기능을 많이 지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자원 재분배와 사회 통합은 신부대의 대표적 순기능이다. 하지만 신부대의 속성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구성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은 근대화, 산업화, 자본주의화가 심화될수록 더욱 가속화되기 마련이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신부대 관습은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첫째, 전(前)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부대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여성의 노동력을 통제하는 것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신부대가 임금 노동에 토대를 둔 축적 체계의 일부가 되고 있다. 둘째, 신부대가 여성을 통제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는 반면, 신부대가 결혼 생활의 안정을 보장한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셋째, 근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신부대는 가족이나 친족 등의 집단 간 거래가 아니라 개인 간 거래의 속성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 넷째, 신부대의 원래 의미, 즉 두 가족 간의 감사와 합의라는 상징성은 퇴색하고, 신부대의 상업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다섯째, 가축보다는 현금이나 여타 재화로 신부대를 지불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여섯째, 신부대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른 한편, 페미니스트, 여권(女權) 운동가, 일부 정치인 등은 신부대가 남성의 지배와 여성의 종속 및 양성 불평등을 강화하는 낡은 관습이라고 비판하면서, 이것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을 ‘상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신부대는 여성, 아동, 가족생활 및 공동체 발전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신부대는 여성의 생산성과 결혼 생활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고 이것에 가치를 부여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 상당히 다르다. 신부대는 여성의 열등한 지위를 영속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신부대 협상 과정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결혼 후 가정 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열등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신부대로 인해 수많은 여성이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신부대가 양성 불평등과 가정 폭력의 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강화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아프리카에서는 신부대 관습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