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입으로 골치 아픈 아프리카 환경 문제

   아프리카의 환경 오염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으며, 최근 들어 자동차 매연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아프리카는 평균 5%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소비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자동차 구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의 지속적인 자동차 구매 증가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의 신차 시장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아프리카에서 신차 판매는 전 세계 판매량의 2%에 해당하는 1,700만 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년 3~4백만 대의 유럽 중고차가 아프리카로 수출되고 있다. 베냉의 코토누(Cotonou) 항구는 중고차 허브 시장 중 하나다.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된 약 25,000대의 중고차가 코토누 항구에 수시로 도착하여, 나이지리아, 차드, 니제르, 말리 또는 부르키나파소로 다시 판매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아프리카는 머지않아 몇 천만 대의 중고차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미 아프리카 도시는 15년이 지난 노후 차량으로 인해 심각한 매연에 시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서아프리카에서 자동차 주요 수입국인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운행되고 있는 중고 차량은 5만 6천 대이며, 이 중에 75%가 16~20년 된 노후 차량이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는 매일 약 3만 대의 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는데,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매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매년 약 천 4백 명의 케냐 국민이 사망한다고 한다.

   현재 유럽 각국은 디젤 자동차 매연 방지를 위해 10여 전부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파리의 매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공해 차량의 도심 진입을 금지했으며, 2024년까지 디젤 차량의 도시 운행을 전면 금지한다.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벨기에는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낡은 가솔린과 디젤 차량의 도심 운행을 전면 금지한다. 이러한 정책은 유럽 회원국들에 점차 퍼지고 있다. 이와 같은 유럽의 자동차 매연 방지 정책은 자동차를 전면 수입하고 있는 아프리카로서는 한편으로는 중고차를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후 차량으로 아프리카 도시의 공해는 더 악화할 수 있다. 물론 코트디부아르, 케냐, 세네갈, 가나, 카메룬 등에서는 차종에 따라서 5~10년 된 중고차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27개국은 여전히 이렇다 할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에서마저도 국민이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철도가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에서 자동차는 일종의 생활 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정부들이 노후 차량에 대한 운행을 전면 금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는 많은 가족이 이동하기 위해 소형보다는 중대형을 선호하고 있는데 특히 경유를 사용하는 SUV가 선호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자동차 매연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고차 구매 억제에만 주력하지 말고 실생활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중고차 수입으로 인한 아프리카의 공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AU 혹은 지역공동체 기구와 EU 차원에서 공동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EU는 유럽 밖으로 수출되는 모든 차량에 대해서 매연 저감 장치를 의무화하고, 아프리카 연합은 디젤 자동차 관리 규정을 체계화하여 모든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정책도 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