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는 2025년 5월 26일(월), 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제57차 ‘경계를 넘는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번 세미나는 연구소가 수행 중인 HK3.0 인문한국사업단의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정례 세미나로서, 향후 연구소가 지향하는 융합형 지역연구와 공공가치 중심의 연구방향을 알리는 시작점이자, 학제 간 통섭적 연구의 모범 사례 중의 하나이다.
이번 세미나는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이자 다양한 유엔 평화활동 현장 경험을 보유한 김병춘 박사(공학박사)가 발표자로 나섰으며, 아프리카학부 교수진, HK3.0 공동 및 일반연구원, 석·박사 과정 학문후속세대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발표 주제는 「유엔 평화유지활동 이해와 국제동향」으로, 김 박사는 유엔 평화활동(Peacekeeping Operations: PKO)의 개념과 역사적 맥락을 되짚는 한편, 최근의 국제정세 속에서 변화하는 PKO의 형태와 전략적 과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였다.

김 교수는 발표에서, 1948년 시작된 전통적 정전감시 중심의 평화활동에서 오늘날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분쟁 대응을 요구하는 3세대 평화활동으로의 진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특히 UN PKO의 법적 기반, 임무 유형, 무력사용의 범위, 평화강제(Peace Enforcement)와 강력한 평화작전(Robust Peacekeeping)의 구분 등 기술적·전략적 쟁점을 면밀히 짚어냈다. 발표는 단순한 이론 소개에 그치지 않고, 미국·중국·EU·일본 등 주요국의 평화활동 전략 비교, 유엔과 NATO, OSCE, EUFOR 등 다양한 국제 안보협력체계의 역할과 차이를 분석하며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유엔 평화활동 참여 역사도 조망되었다. 김 교수는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를 시작으로 이어진 한국의 PKO 및 다국적군 파병 활동의 전개 과정을 통해, 한국군이 국제사회에서 평화기여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 유엔 활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였다. 특히 남수단 한빛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아덴만 청해부대 등에서 수행한 민사작전(CIMIC), 문화교류, 재건사업, 의료지원 등은 단순한 군사적 기여를 넘어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글로벌 신뢰 형성의 자산이 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이날 세미나의 백미는 단연 HDP Nexus(Humanitarian–Development–Peace) 개념에 대한 심화 분석이었다. 김 교수는 HDP Nexus가 전통적인 인도적 지원, 개발 협력, 평화활동을 분절적으로 수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 세 분야를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지속가능한 분쟁 대응 체계를 구축하려는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2016년 세계인도주의정상회의(WHS)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권고안, EU와 남수단 등에서의 실제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HDP Nexus가 왜 오늘날 국제개발협력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는지에 대한 분석을 제시하였다.
이번 발표는 발표자의 유엔 남수단 임무단(UNMISS)과 아프리카 다수 지역에서의 현장 경험이 더해져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보기 드문 강연으로 평가되었으며, 특히 HDP Nexus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간의 연계성을 강조함으로써 참석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 교수는 “오늘날의 국제분쟁은 단순한 군사개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분쟁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긴급구호, 중장기 개발, 정치적 안정이 통합된 HDP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번 세미나는 HK3.0 연구사업의 첫 번째 공식 세미나로서, 단순한 학술 발표를 넘어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가 지향하는 융복합 지역연구와 평화담론의 공공화라는 기치를 현실화한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연구소는 앞으로도 ‘경계를 넘는 세미나’를 정례화하여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토론을 이어나가며, 아프리카 지역연구와 국제개발협력의 학제 간 허브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작성자: 김병춘 연구교수, 최재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