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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배터리 킹: 가나 빈곤층에 희망을 밝힌 착한 자본주의 실험기

19Nov/17

맥스 알렉산더(지은이)  | 박산호 (옮긴이) | 시공사 | 2015년 10월 | 원제 Bright Lights, No City: An African Adventure on Bad Roads with a Brother and a Very Weird Business Plan (2012년)  | 정가 24,000원

 

배터리킹    미국 출신 알렉산더 형제의 좌충우돌 아프리카 사업 성장기 혹은 가나 모험기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정부에서 거저 주는 지원금이나 자선 콘서트가 아닌 시장이 아프리카 빈곤 문제에 장기적으로 효과가 지속되는 해결책을 내놓을 것’ (p.16)이라고 믿는 동생 휘트와 아프리카에 전혀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형 맥스가 대책 없이 아프리카로 떠나 ‘부로’라는 배터리를 가나의 대표 배터리 브랜드로 키우며 ‘아프리카의 배터리 킹’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 마을에서 손전등은 불을 밝히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문제는 잦은 건전지 교체이다. 알렉산더 형제는 가나에서 여러 번 충전이 가능한 절약형 건전지를 월정액으로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매월 미리 내야 하는 비용은 건전지 한 쌍의 3배 가격이었지만 고객은 한 달 동안 원하는 만큼 건전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형제의 사업을 통해 가나의 밤은 안전해졌고 노동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많은 걸림돌이 존재했다.

   이 책은 아프리카에서의 사업 이야기로 읽어도 좋고, 가나 여행기로 읽어도 좋다. 아프리카, 특히 가나에 진출해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 아프리카에 후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600페이지 근방의 두툼한 책이지만 내용이 어렵지 않아 잘 넘어간다. 저자인 형 맥스는 <버라이어티>와 <데일리 버라이어티> 편집장이었으며, <피플> 편집위원이었다. 책 말미에 작가는 동료 잰 왓슨의 가나에서의 활동과 함께 그녀의 블로그(skitocoast.blogspot.com)를 소개하는데, 2012년 11월 이후 업데이트는 되고 있지 않지만 블로그가 아직 살아 있다.  

윤오순_2017 에티오피아 현지조사_사진자료 1

25Oct/17

<아프리카의 왕실 미술>(아트 라이브러리 14)

25Oct/17

수잔 프레스턴 블라이어 (Suzanne Preston Blier, 지은이) | 김호정 (옮긴이) | 예경 | 2004-02-16 | 원제 Royal Arts of Africa: The Majesty of Form (1998년) | 정가 19,000원

20040315     아프리카 왕국들의 복잡한 미술사는 다양한 수집품과 16-17세기 여행가들의 기록들에 의해 많이 알려졌으며, 입으로 전해진 역사, 전통 왕실 관습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의 왕실 예식, 왕조 중심으로 전해지고 있는 고고학적인 증거 등을 통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강한 왕권을 상징하는 아프리카의 왕실 미술 작품들과 화려한 장신구들은 지배자들의 정치권력을 그대로 반영하는데, 아프리카 왕실을 상징하는 매개체들은 동물, 무기를 비롯해 왕궁, 조각상, 종교 의식에서 사용하는 의상 등 실로 다양하다.

   국내 작가에 의한 아프리카 미술 소개 책자가 여전히 많지 않은데, 번역 출간된 지 다소 오래되었지만 <아프리카의 왕실 미술>은 미술과 건축을 통해 자신과 왕국을 표현하고자 했던 아프리카 통치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베냉, 요루바, 다호메이, 바뭄, 아산테, 은조야, 콩고, 쿠바 등 이 책에 소개된 아프리카 왕조는 저마다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해 자신들의 왕국을 상징하는 미술품에 반영하고 있다.

   지은이 수잔 프레스턴 블라이어는 하버드 대학의 미술사 교수로 아프리카의 미술과 문화에 관한 저서를 많이 집필했다. <아프리카의 왕실 미술>은 <조각에 나타난 몸>, <사진에 나타난 몸>, <20세기 정치선전 예술> 등 인류학, 역사학, 문화비평 등 연관 분야를 포괄하는 텍스트와 풍부한 이미지 자료가 담긴 예경의 아트 라이브러리 시리즈 중 14번째 책이다. 상세한 작품 설명과 지도, 화려한 컬러 도판은 비전문가들도 아프리카의 왕실 미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21Dec/16

로버트 게스트(지은이) | 김은수(옮긴이) |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09-07-06 | 원제 The Shackled Continent (2004) | 페이퍼백 | 456쪽 | 정가 15,000원

 

the shackled continent

   지금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단편적이고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은 그렇게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빈곤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양면성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아프리카는 왜 그렇게 가난하며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는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아프리카 정치인들과 대다수의 아프리카 관련 지식인들은 아프리카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외부 세력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빈곤이 전적으로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잘못이거나 글로벌 무역 체제의 불공평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정직하고 무능한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들을 지목하고 있다.

 

   책 제목의 ‘무지개’는 아프리카 대륙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상징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전 세계 크롬의 99%, 백금의 85%, 탄탈의 70%, 코발트의 68%, 금의 54%가 매장되어 있고, 아프리카는 목재와 보크사이트, 다이아몬드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8페이지)”. ‘뱀파이어(흡혈귀)’는 국민들의 고혈을 빠는 저질 정치가들을 상징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뱀파이어들이 경제 발전이나 민생, 복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구축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국가의 자원으로 자기 자신이나 지지자들의 배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다고 보았다.

 

   저자인 로버트 게스트는 5년 동안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남아공 주재 특파원으로 지내면서 얻은 생생한 경험담을 이 책에서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저자는 책 곳곳에서 한국의 성공을 언급하며 식민 통치의 아픔을 가진 국가들이 어떻게 과거를 극복하고 경제적, 민주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조언하고 있다. 옮긴이 김은수는 직업 외교관으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남아공 주재 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456쪽이나 되는 분량의 책인데 독자에게 근거 없는 편견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아프리카 관련 사진을 한 장도 싣지 않았다. 원서의 발간 시기가 2004년이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해 번역 출간한 느낌이 들지만 아프리카의 정치와 사회, 에이즈, 자원, 빈곤, 원조 등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케냐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맨얼굴, 그리고 몹쓸 웃음

19Nov/16

빌 브라이슨(지은이) | 김소정 (옮긴이) | 21세기북스 | 2008-10-10 | 원제 African Diary | 양장본 | 121쪽 | 정가 10,000원

 

bill bryson_african diary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빌 브라이슨(William McGuire “Bill” Bryson) 은 여행과 영어에 관한 글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출신의 작가다. <타임스>와 <인디펜던트> 기자로 일하면서 주요 언론에 글을 많이 기고했고, 그의 대표적인 여행기로는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2009), 권상미 역>,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2008), 권상미 역>,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2009), 김지현 역>,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2012), 이미숙 역> 등이 있다. 빌 브라이슨은 아프리카 관련 여행기도 남겼는데 2002년에 출간된 African Diary가 그것이다. 한국에는 2008년에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는 국제적인 빈민 구호 단체 CARE(Cooperative for Assistance and Relief Everywhere)의 홍보대사로 케냐를 방문하게 된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체험기다. 아프리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저자가 구호 단체와 함께 8일간 케냐를 방문하면서 난민, 가난, 에이즈, 환경 파괴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케냐의 현실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은 아프리카 대륙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경험하게 되는 일들을 빌 브라이슨 특유의 유머 감각과 독특한 표현으로 소개하고 있다. 케냐의 어두운 현실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작가는 불우한 처지에서도 희망과 소박한 행복을 품고 사는 가난한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국제 원조 구호 단체인 CARE는 교전국의 국민을 구제하기 위해 1940년대에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민간 구호 단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CARE에서는 파견단을 보냈고, 1966년까지 약 19년간 한국의 극빈 아동을 위한 급식과 농촌 개발을 위한 식량 배급으로 총 4천만 달러 상당을 원조하기도 했다. CARE가 후원하고 케냐 내 CARE 사업 지역을 방문하다 보니 책을 읽고 구호 단체 홍보안내서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빌 브라이슨이 방문한 곳은 케냐의 극히 일부이며 케냐는 CARE가 활동하는 수많은 지역 가운데 한 곳 일뿐이다.

 

    얇아서 마음 먹고 앉으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오래 전에 출간되었지만 케냐의 난민, 빈민 구호 활동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아울러, 영미 지역을 벗어난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