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로버트 게스트(지은이) | 김은수(옮긴이) |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09-07-06 | 원제 The Shackled Continent (2004) | 페이퍼백 | 456쪽 | 정가 15,000원

 

the shackled continent

   지금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단편적이고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은 그렇게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빈곤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양면성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아프리카는 왜 그렇게 가난하며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는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아프리카 정치인들과 대다수의 아프리카 관련 지식인들은 아프리카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외부 세력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빈곤이 전적으로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잘못이거나 글로벌 무역 체제의 불공평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정직하고 무능한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들을 지목하고 있다.

 

   책 제목의 ‘무지개’는 아프리카 대륙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상징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전 세계 크롬의 99%, 백금의 85%, 탄탈의 70%, 코발트의 68%, 금의 54%가 매장되어 있고, 아프리카는 목재와 보크사이트, 다이아몬드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8페이지)”. ‘뱀파이어(흡혈귀)’는 국민들의 고혈을 빠는 저질 정치가들을 상징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뱀파이어들이 경제 발전이나 민생, 복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구축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국가의 자원으로 자기 자신이나 지지자들의 배를 채우는 데만 급급하다고 보았다.

 

   저자인 로버트 게스트는 5년 동안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남아공 주재 특파원으로 지내면서 얻은 생생한 경험담을 이 책에서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저자는 책 곳곳에서 한국의 성공을 언급하며 식민 통치의 아픔을 가진 국가들이 어떻게 과거를 극복하고 경제적, 민주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조언하고 있다. 옮긴이 김은수는 직업 외교관으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남아공 주재 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456쪽이나 되는 분량의 책인데 독자에게 근거 없는 편견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아프리카 관련 사진을 한 장도 싣지 않았다. 원서의 발간 시기가 2004년이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해 번역 출간한 느낌이 들지만 아프리카의 정치와 사회, 에이즈, 자원, 빈곤, 원조 등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