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힐리어에 대한 탄자니아 정치인들의 태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양철준


   언어는 어떤 사회의 문화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매개체일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역량과 세계 속에서의 위치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자신들의 언어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보급함으로써,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러한 전통을 지속해온 대표적인 나라들이고, 일본과 중국도 각기 문화원이나 공자학당을 통해 아프리카에 자국의 언어를 보급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의 언어를 보급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스와힐리어를 외교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언어로 인식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예컨대 대사들이 탄자니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할 때나 공식적 성격의 모임에서도 스와힐리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탄자니아 일반 대중들과의 소통과 일체감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근한 사례이다.

   그러나 정작 탄자니아 정치인들은 외국인들의 이러한 노력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즉, 탄자니아 주재 각국 대사들은 공식적 모임과 회합에서 스와힐리어로 연설을 하거나 스와힐리어로 작성된 연설문을 유창하게 읽는 반면, 탄자니아 정치인들은 영어로 작성된 연설문을 읽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더구나 탄자니아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정확하지도 않아 연설을 듣는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공식적 대중모임에서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라고 권고하는 탄자니아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왜 어눌한 영어를 고집하는 것일까? 영어가 교육받은 자들의 언어라는 광범위한 인식과 이러한 인식의 기저에서 엘리트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유통시키기 위한 하나의 상징적 행위이자 심리적 상태의 표출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존엄을 떨어뜨리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대중들과 유리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자신들의 국어라고 칭하는 언어의 응당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그 언어에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는 것이다.

   스와힐리어를 탄자니아뿐만 아니라 동아프리카공동체(EAC), 나아가 아프리카연합(AU)의 공식어로 그 지위, 역할, 기능을 강화시키겠다는 언명들이 정치적 수사의 차원에서 이해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수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말들의 성찬이 아니라 실천적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 제대로 구사하지도, 표현의 도구로 충분히 활용되지도 못하는 언어에 기대어 상징적 퍼포먼스를 할 것이 아니라 대중이 쉽게 이해하는 언어를 매개로 삼아 이들과 공명하고 호흡하려는 정치인들의 인식 변화와 실천적 의지가 절실하다.


출처: Mwananchi (2012년 3월 16일) www.mwananchi.co.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