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 지역기구가 아프리카에서뿐만 세계 곳곳에서 국제관계의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도 다시 활발해졌다. 1963년 5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출범한 아프리카 단결기구(OAU: Organization of African Unity)는 세계화에서 살아 남기 위해 2002년 아프리카연합(AU: Africa Union)으로 대체되었다. AU는 아프리카를 하나의 공동체로 그리고 아프리카인 모두가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는 공동의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출범했다. AU는 39년 만에 은크루마가 주장하는 아프리카 합중국은 아니지만 범아프리카주의를 기저로 한다. 그러나 AU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주체적인 행위자가 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민주화와 회원국들의 참여 의식 선진화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AU의 범아프리카 의회(PAP: Pan-African Parliament)는 여러 기관 중에 유일하게 모든 아프리카 시민을 대표한다. 그런데도 PAP는 입법 권한이 전혀 없으며 회원국들이 PAP의 결정을 참고하는 정도다. 현재 PAP 전체 의원은 265명이며, 자격은 회원국 현직 국회의원이어야 한다. 따라서 임기는 PAP 회기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국회의원 임기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PAP 의원은 결과적으로 회원국 집권 정부의 대리인일 뿐이다. 현재 AU의 최고 집행기관이자 통제기관은 54개국 정상과 정부 대표로 구성된 정상회의(AHSG: Assembly of Heads of State and Government)이다. AU의 이러한 비민주적 기능은 회원국의 분담금 참여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AU는 재정 확보를 54개 회원국의 분담금과 자발적인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AU는 모든 회원국에 국가 예산 1%에 해당하는 분담금 납부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AU 재정의 3분의 2는 회원국의 분담금으로 확보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체납 회원국에 대해서는 AU의 모든 회의에서 투표권과 발언권을 박탈하고, 해당 회원국 관료 및 일반 시민이 AU와 관련된 직무에 참여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따라서 분담금은 경제적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 즉, 회원국의 단결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체납 회원국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4년 아프리카 회원국에 의해 충원된 AU 재정은 44.8%이다. 이 중에 75%를 남아공, 리비아, 알제리,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5개국이 분담하고 있다. 이처럼 AU 재정은 일부 회원국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AU는 2015년 재정의 70% 이상을 미국, 유럽연합, 국제금융기구 등의 해외 원조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아프리카 역내 문제에 대한 자립적인 정책 결정이 어려울 수가 있다. AU는 구조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연합재단’을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아프리카연합재단은 아프리카 출․입국 항공권에 각 2달러, 호텔 1박 숙박비에 10달러, 문자 메시지 건당 0.2 달러의 세금 부과 원칙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시행은 각 회원국의 결정에 맡기기로 하였다. 만약 이러한 것이 실현된다면 AU는 매년 약 7억 3천만 달러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 회원국의 반대로 현실화되기는 현재로서 어려워 보인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회원국 국민의 대표성과 자발적인 참여는 AU와 같은 국가 연합 형태의 조직에서는 근본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현재 AU 회원국들은 겉으로는 범아프리카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회원국이 여전히 주권 지상주의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AU는 회원국 국민의 정치적 의사 결정 참여를 제도적으로 현실화시켜, 회원국 국민 스스로 보유한 의무와 권리를 확인시키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