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과 카다피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금상문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는 2011년 2월 22일 인권변호사 2명의 석방을 요구하던 시위 군중 중 2명이 사망하자 단순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변질되었다. 점차 반정부 시위가 변하여 카다피 측과 반 카다피 측으로 나뉘면서 리비아 상황은 총알과 폭탄이 난무하는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반카다피 측은 벵가지를 비롯한 중요지역을 장악하고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 중이고, 반면 카다피 측은 탱크와 헬기를 동원하면서 반격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리비아 해안선을 따라 전투를 치르면서 친카다피 측과 반카다피 측은 엄청난 희생자들을 내고 있고, 양측은 주요지역을 서로 뺏고 빼앗기는 지경에 있지만 와팔라부족과 알주와이야 부족이 중심이 된 반카다피 측은 카다파 부족이 중심이 된 카다피 측을 조금씩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반카다피 진영은 30명으로 구성된 ‘리비아 국가위원회’를 설립하였고, 과도정부인 국가위원회는 2월 5일 그들이 리비아를 대표하는 유일한 집단이라고 선언했다. 무려 42년간 리비아에서 독재를 행하였던 카다피는 거대한 풍랑 속에 놓여 버린 꼴이 되었다. 풍랑 속에서 카다피가 아직까지 건재한 이유는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지적한 바와 같이 첫째, 여전히 리비아의 주요 부족과 군대 내 파벌로부터 변치 않는 충성을 받고 있고, 둘째, 카다피는 리비아가 내전으로 쪼개져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셋째, 카다피가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리비아는 카다피 이후 시대를 이끌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카다피가 건재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건재함도 만약 국제사회가 카다피에 대한 제제와 축출을 원한다면 카다피는 운명은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 자명하다. 즉 지금의 카다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의 획득’이란 점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카다피는 풍랑 속에서 나오기 위한 전략 특히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하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다피는 반정부 시위 이후 내전상황에 이르기까지 반정부 시위대와 반정부군을 빈 라덴에 의하여 사주 받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리비아 내의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은 거의 카다피에 의하여 소탕되었기에 리비아 내에서는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리비아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은 이라크 나 아프가니스탄에 갔기 때문에 리비아 내에서 거의 활동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카다피는 반정부군을 테러리스트로 몰고 있는 이유는 첫째, 자국민으로 이루어진 반정부군에 대한 포격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부르짖는 ‘테러와의 전쟁’을 세계에 각인시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반정부군을 돕는 사태를 예방하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다피가 유엔이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카다피가 리비아 내에서 정통성을 가지고 있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반정부군을 도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또 그동안 리비아의 석유 힘으로 아프리카 연합(AU)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카다피이지만 말리와 세네갈 등 몇몇의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곤 아랍,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거의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카다피로서는 내전이 끝나면 리비아를 떠나 마땅히 갈 곳도 없는 셈이다. 이러한 지역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카다피가 아프리카 연합의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아랍 아프리카국가들이 반정부군을 돕는 것을 차단하려는 전략과 내전 이후 카다피의 망명길을 모색하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