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의 언어로 부상하고 있는 스와힐리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식민통치가 종식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식민주의 잔재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이러한 잔재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언어다. 오늘날 영어권(Anglophone), 불어권(Francophone), 포르투갈어권(Lusophone), 스페인어권(Hispanophone) 아프리카로 분류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이는 식민 종주국의 언어에 따른 편의상의 구분이지 아프리카의 언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일부 국가가 독립 후에 아프리카의 고유어를 국어나 공식어로 채택했지만, 대부분 상징적 의미만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탄자니아는 국가 차원에서 교통어(lingua franca)로 널리 통용되던 스와힐리어를 적극 진흥했다. 이에 힘입어 스와힐리어는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언어가 되었다. 스와힐리어의 급속한 확산이 탄자니아의 언어 다양성을 줄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자니아의 국가 통합, 참여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탄자니아의 의회에서는 스와힐리어로 질의와 답변을 하고 스와힐리어는 공립 초등학교의 교육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2019년 5월 26일 제5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한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은 그의 공식 집무실인 마흘람바 은들로푸(Mahlamba Ndlopfu)에서 존 폼베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을 접견했다. 탄자니아·남아공화국 정상회담에서 마구풀리 대통령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스와힐리어 사전과 문학 작품들을 선물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2020년부터 초등 교육과 중등 교육에서 스와힐리어를 외국어로 가르칠 것을 2018년 9월에 이미 결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탄자니아에 스와힐리어를 가르칠 교사 파견을 요청했다.

   주로 동부 아프리카에서 약 1억 5천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스와힐리어가 아프리카 대륙의 언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스와힐리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화자 수도 적고, 이들이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정치·경제적 역학 관계에서 주도적인 종족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거부감 없이 수용될 수 있는 언어인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 체계에서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를 외국어로 가르치지만, 아프리카의 고유어가 외국어로 채택된 것은 스와힐리어가 최초이다.

   스와힐리어가 아프리카 대륙의 언어로 부상할 것이라는 유력한 전망은 이미 2004년에 있었다. 2004년 아프리카연합 의장을 지낸 시사노(Joaquim Chissano) 대통령이 스와힐리어로 고별 연설을 했다. 이후 스와힐리어는 아프리카연합(AU)과 동아프리카공동체(EAC)의 공식어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적극 추진하고 ‘문화 외교’로서 스와힐리어를 장려하려는 노력을 탄자니아에서는 ‘국립스와힐리어평의회’(Baraza la Kiswahili la Taifa)가 주도하고 있다. 스와힐리어를 교육 체계에서 외국어로서 도입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택을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