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안보와 북아프리카 지역 협력의 걸림돌이 되는 서사하라 문제 해결을 위해, 6년 만에 모로코와 폴리사리오(Polisario)는 유엔의 요구로 2019년 초에 다시 만나서 서사하라의 지위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세계는 2019년 회의에서 40년 만에 분쟁이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2012년 이후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입장만 계속 주장하면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던 서사하라 문제는 지난 12월 5일과 6일 제네바에서 두 당사자가 극적으로 회동하면서 해결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엔의 중재로 열린 원탁회의에는 모로코와 폴리사리오는 물론, 알제리, 모리타니 대표도 참여하였다. 폴리사리오는 1976년 알제리와 리비아의 지지와 함께 독립 국가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RASD)’을 선언하였고, 아프리카단결기구(OUA)까지 이를 승인하였다. 이에 OUA 창설 멤버인 모로코가 탈퇴하면서 서사하라 문제로 폴리사리오-모로코-알제리 간 긴장이 고조되었으며 두 당사자 간 대화는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현재 모로코는 서사하라 영토의 80%(266,000㎢)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어업, 농업, 해외 아웃소싱 업계에서 잠재력이 크다. 따라서 모로코는 폴리사리오 문제 해결이 모로코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함을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폴리사리오 문제 해결은 모로코의 경제발전을 위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4월 모로코와 알제리 간 외교 갈등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정부가 폴리사리오 문제 해결에 먼저 나선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모로코 정부는 알제리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 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알제리는 서사하라 문제는 모로코와 폴리사리오 두 당사자가 풀어야 할 것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모로코와 알제리는 서로 안보 딜레마에 빠져 무기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어, 폴리사리오 사태가 악화할 경우 모로코와 알제리의 무력 출동은 물론 남부 유럽 국가들의 인간 안보에도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알제리는 2015년부터 계속하여 무기를 증강하였으며 현재 세계 5위의 무기 수입국이다. 이에 못지않게 모로코도 국방 예산을 전년도 대비 2.8% 증가하였다. 아프리카에서 무기 수입 성장률이 전체적으로 –6%대이지만, 북아프리카에서는 상반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력 출동의 위험 요인을 두 당사국에만 돌릴 수 없을 것이다. 탈냉전 이후 강대국을 제외한 중진국과 제3세계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강대국에서 무기를 수입해 왔다. 즉,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유럽 국가들은 지역 분쟁의 심각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중진국과 제3세계 국가들에 무기를 수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모로코와 알제리가 미국에서 무기를 수입하는 비중이 각각 26%와 30%에 달한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 스페인, 영국, 중국 등도 모로코 무기 수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모로코는 2022년이 되면 알제리를 제치고 아프리카에서 제1위 무기 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Sipri(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가 추정하고 있다. 앞에서는 평화를 위한 중재와 협박을 하면서 뒤에서는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협상하는 강대국의 파렴치한 외교 전략이 바뀐다면, 모로코·알제리·폴리사리오 간 협상은 보다 용이할 것이고 실패한다고 해도 군사 충돌 위험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