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고등 교육의 성과와 문제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 에티오피아 고등 교육 기관의 역사는 일천하다. 심지어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 하라마야(Haramaya), 곤다르(Gondar) 등지에 있는 가장 오래된 대학들조차도 그 역사가 60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현재 지도자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왕성했던 학생 운동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그 당시 대학들은 이념적 본거지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 변화를 추동하는 저항의 원천으로 기여했다.

   1991년 7월에 집권한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은 숙련된 노동력이 낙후된 경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집권 여당은 에티오피아의 모든 성인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에티오피아 정부는 공립 대학 학생들 중 70%가 기술 및 과학 관련 공부를 하고, 그 나머지 학생들이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을 공부하길 바라고 있다. 1997년부터 에티오피아 정부는 교육 개선을 위해 교육부문 발전프로그램(ESDP)을 운영해 왔다. 2020년이 되면 제5차 5개년 프로그램이 끝난다. 이 프로그램은 양적으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2016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읽고 쓸 줄 아는 성인 여성의 숫자는 10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또한 공립 고등 교육 기관에는 5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연간 졸업생 숫자는 15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의 고등 교육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커리큘럼 개편 권한을 가진 기관은 고등 교육 기관이 아니라 교육부(MoE)다. 둘째, 시험 결과가 고등 교육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최종 척도로 여겨진다. 최근에 교육부가 학부생들에게 졸업 시험을 실시하기로 한 결정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다. 셋째, 고등 교육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8년에 개교한 11개 공립 대학의 입학생 숫자를 늘리기 위해, 국회는 5억 비르의 예산을 승인했다. 하지만 연간 국가 교육 예산을 감안하면, 이 액수는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연방 정부의 교육 부문 예산은 430억 비르에 달한다. 넷째, 고등 교육 기관 졸업생들은 직업 관련 지식과 훈련이 부족한 탓에, 케냐 등의 이웃 국가들에 비해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 다섯째, 연구 결과물의 발행 숫자와 졸업률 등을 고려할 때 고등 교육 기관의 질이 낮은 편이다.

   에티오피아 사회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고등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국운을 결정할 중차대한 일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대학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함과 동시에 대학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