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외신 <가디언>(The Guardian)의 보도에 따르면, 쿠데타를 일으킨 짐바브웨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했으며, 이에 완강히 버티던 그가 제이콥 무덴다(Jacob Francis Mudenda) 짐바브웨 의회 의장에게 사직서를 마침내 전달했다고 전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은 사직서에서 “나 무가베는 공식적으로 사임을 밝힌다, 이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내 결정은 자발적인 것이며 순조롭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바란다.”고 언급했다.
올해 93세인 무가베 대통령은 2018년까지의 임기를 마친 후, 자신의 아내인 그레이스 무가베(Grace Ntombizodwa Mugabe)에게 대통령직을 이양하려 했다. 이 부부의 나이 차는 무려 41살이다. 짐바브웨를 37년이나 집권한 무가베가 독립전쟁 동지이며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Emmerson Mnangagwa) 부통령을 해임하고 아내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려 하자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무가베를 가택에 연금하고 그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다. 집권 여당인 ZANU-PF마저 그를 당수에서 파면시키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ZANU-PF는 헌법상 대통령 탄핵 사유를 들며 무가베에게 퇴진을 요구하였고, 21일 정오까지 퇴진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헌법에 규정된 탄핵 사유는 다음과 같다. 심각한 위법 행위를 하는 경우, 직무 수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헌법을 시행하거나 수호하기를 거부하는 경우, 대통령직 수행 불능 상태 등이다.
ZANU-PF의 사무부총장인 폴 망그와나(Paul Mangwana)는 “우리는 그를 탄핵하기로 결정했다. 무가베는 자신의 아내에게 헌법이 부여한 정권을 찬탈하도록 허용했고, 심지어 그는 도움 없이 걷기도 힘들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 또한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 헌법을 거부하고, 특히 지방 의회 선거를 실시했음에도 지금까지 당선인을 직무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군부와 집권 여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가베 대통령은 계속해서 퇴진을 거부했는데, 이는 주변국의 개입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11월 17일 외신 <뉴스 24>(NEWS 24)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개발공동체(Southern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 SADC)는 “이 문제를 평화적이고, ‘헌법’이 규정한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무가베가 헌법에 명시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11월 21일 무가베가 여야와 군부, 그리고 국민들까지 나서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짐바브웨에는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11월 22일 <가디언>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으로 주목 받던 전 부통령 75세의 ‘악어’ 음난가그와가 무가베의 퇴진으로 24일 금요일에 드디어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그는 “우리는 경제를 발전시키길 원하고, 평화를 바라며, 일자리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약속하며,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혈 사태 없이 무가베가 군부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지만, 37년간의 장기 독재로 인해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짐바브웨를 발전시키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음난가그와가 올바른 민주주의를 실행할 것이라는 완전한 확신도 없다. 하지만 군부 쿠데타에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는 과정까지, 짐바브웨는 유혈 사태 없이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의 길을 가고 있다. 이는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성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기 대통령인 음난가그와도 올바른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을 약속했고, 집권 여당이었던 ZANU-PF도 일당제를 폐지하며, 다당제로 나아갈 것을 천명했다. 물론 짐바브웨가 지금 당장 완전한 민주주의와 정치적 안정을 얻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과거보다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무가베의 퇴진으로 인해 짐바브웨와 마찬가지로 장기 독재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의 독재자들은 복잡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