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에서 국회의원 재선이 힘든 이유

   가나에서는 2016년 12월 7일 선거를 통해 2017년부터 4년간 임기를 시작할 27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그 중 182명이 새로 선출된 의원이며 삼선 의원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의원이 재선에 실패하는 이유는 국회에 오래 남아 있는 것 자체를 국민이 부도덕한 행위로 여기기 때문이다. 삼선이나 그 이상 된 국회의원들은 30년 넘게 짐바브웨를 통치하고 있는 대통령 이름을 따서 “무가베(Mugabe)”라고 불린다.

   그러나 사실상 가나 국회의원의 월급은 한화로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국회의원 한 명당 선거 자금은 1억원 이상 소요되는 데 비해 월급은 아주 적은 액수이다. 따라서 재선을 못할 경우 선거 자금 마련을 위해 낸 빚을 다 갚기도 전에 의원직을 내려놓게 된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후 받는 연금도 터무니없이 적어, 2017년 3월 전직 국회의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009년부터 연간 750만 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한편, 가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유권자가 국회의원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학비나 현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듯 임기 동안 국회의원에게 거는 기대는 큰 반면 그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않다. 다만 임기 후 ‘명예로운(Honorable)’이라는 호칭만 남게 된다.

   물론 선거 후 빚을 지게 되더라도 선거 출마 여부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적절한 보상과 대우 없이 유능한 국회의원이 지속해서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가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적에 상응하는 보상과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가나는 상대적으로 빈곤율이 높은 국가여서 (2005년 기준, 전체 인구의 25.2%) 국민들이 성공한 사람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큰 빈부 격차는 더욱 비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빈민의 처지를 고려해 유능한 사람이 재선할 수 없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가나는 아프리카 국가로서는 민주주의 실현에 앞장서서 안정적인 정치 질서를 구축한 나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바람직한 인재 등용과 적절한 보상은 국익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