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에서 약 한 달 전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기술적 문제가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달포가 되도록 서비스가 복구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번 일이 정부가 고의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결론짓기에 이르렀다. 특히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곳은 영어권 지역인 남서 지역과 북서 지역으로, 이는 최근 수개월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로 인해 전체 인구의 약 20%에 달하는 사람이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카메룬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인터넷 통신회사들은 이렇다 할 원인이나 대책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카메룬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억압 및 차단시키기 위한 정부의 조치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인터넷 서비스 중단의 여파로 남서 지역에 위치한 모든 전산 관련 업무가 마비된 상태이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 이 지역은 장기간 정부에 대한 시위와 파업으로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영어권 지역 및 이 지역민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1월에는 학교와 법정에서 프랑스어만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시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100여 명이 체포되고 한 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시위 및 반대 움직임이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카메룬의 공용어가 영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룬의 영어권 화자들은 실제 정부의 공식 업무가 프랑스어로 진행되고, 모든 공문서가 우선적으로 프랑스어로 작성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 복지와 각종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카메룬의 식민 역사 및 언어 정책과 관련이 있다. 카메룬은 19세기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분할 통치된다. 1961년에 주민투표가 실시되어 남부는 카메룬공화국과 연방 관계를 맺고, 북부 지역은 나이지리아 주로 통합되며 카메룬연방공화국이 되었다. 이후 2개 지역이 영국에, 5개 지역이 프랑스의 관할에 편입되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250개 이상의 언어가 존재하는 카메룬의 공용어는 토착어가 아닌 영어와 프랑스어이며, 공식적인 이언어 사용 정책이 국가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토착어가 공용어로 지정되지 않은 이유는 현실적으로 공용어의 지위를 부여할 토착어가 없다는 점 외에, 일부 토착어를 공용어로 지정할 경우, 민족 간에 심각한 언어 갈등 및 내전이 발생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메룬은 당시 국민 통합을 위한 목적으로 다언어 국가로 자처했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두 공용어를 사용한 지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카메룬의 정치와 행정을 이루는 언어는 대부분 프랑스어가 되어 버렸고, 영어는 프랑스어 다음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공공생활 영역에서 프랑스어가 영어보다 확연하게 많이 사용된다. 예로 인쇄 매체의 90%,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의 65%가 프랑스어이며, 영어 방송은 35%에 불과하다. 프랑스어가 카메룬의 주요 도시에서 (비)공공 영역에서 모두 활발히 사용되는 반면, 영어는 프랑스어에 비해 상당히 제한된 영역, 즉 주로 공식적 상황이나 지식인들 간 소통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이런 상황은 영어권 지역민에게 소외감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다시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 것이다. 다수의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카메룬 정부가 택한 이언어 정책과 그것의 시행은 옳았던 결정이었으나, 그 언어 정책을 공정하게 실행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카메룬 정부는 국민들의 반발을 인터넷 서비스 차단과 같은 임시변통책이 아닌, 효율적이고 공정한 언어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