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에티오피아에서는 마지막 황제인 하일레 셀라시에 1세(Haile Selassie Ⅰ)가 폐위더그(Derg)라 불리는 군사 정권이 들어섰다. 그 이듬해인 1975년 더그 정부는 대대적인 토지 개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전국의 토지를 국유화하고, ‘토지는 경작자에게로’라는 슬로건 하에 토지를 무상으로 분배했다. 1991년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이 집권하자, 국민들은 기존의 토지 보유 체계가 청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더그 정부와 마찬가지로 농촌과 도시의 모든 토지와 천연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농촌 주민은 보유권(사용권)을, 그리고 도시 주민은 차지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요컨대 현 정권의 토지 정책은 더그 정권의 토지 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아디스아바바의 현 시장은 데리바 쿠마(Deriba Kuma)이다. 그는 전임자들과 달리, 해묵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영향력이 별로 없는 데다 시의 현안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경험도 많지 않다. 그래서 취임한 지 3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의 복잡한 문제들과 여전히 씨름하고 있다. 토지 관리 체계도 예외도 아니다. 즉, 아디스아바바의 토지 관리 방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토지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힘들고, 중개인들은 소수의 편에서 토지 관리 과정을 왜곡해 왔다. 여러 층위의 토지 관리 기관들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고, 무책임하고, 부패해 있다.
최근 데리바는 시 고문관들에게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토지 관리는 부패의 온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토지 관리 과정에서는 전문성, 투명성 및 책임감 등을 찾아볼 수 없다. 토지 관리 체계를 조직화하기 위해 설립된 다양한 위원회조차도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컨대 최근 법 집행관들은 아디스아바바 북동부의 웨레게누(Weregenu)에 있는 수십 채의 무단 거주자 주택을 철거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고, 가족들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웨레게누의 사례는 토지 자원에 대한 허술한 관리 체계의 대가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특히 집권 여당의 정치인들—은 무허가 정착민에게 불법 점유지를 합법 점유지로 전환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그들의 합법화 약속은 표를 얻기 위한 교섭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선거철이 끝나면 정치인과 관리들은 무허가 정착민을 아주 강한 어조로 비난하면서,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고 토지 자원을 회수한다. 화장실에 갈 때와 나왔을 때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데리바 시장은 토지 관리 체계를 근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아디스아바바의 토지 관리 체계가 어느 정도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구조적 장애물과 운용상 문제는 지속적으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집권 여당의 토지 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에티오피아 중앙 정부와 아디스아바바 시 당국은 토지 정책을 대폭 손질하여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토지 정책이 국민의 권리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