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사리오 지도자의 사망과 서사하라 문제

   1976년부터 서사하라 독립을 주도해 왔던 폴리사리오, 즉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RASD) 지도자 모하메드 압델아지즈(Mohamed Abdelaziz)가 오랜 투병 끝에 68세로 5월 31일을 사망하였다. 6월 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그의 사망에 대한 애도를 그의 가족과 폴리사리오에게 공식적으로 전했다. 반기문 총장은 유엔 지도부와도 자주 접촉해 왔던 압델아지즈를 서사하라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으로 여겨 왔다.

   아프리카 연합은 6월 1일부터 3일간 조기를 게양하였으며, 알제리는 9일간의 애도 기간을 가졌다. 또한 폴리사리오는 40일간의 애도 기간을 정하고 새로운 지도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압델아지즈가 오랫동안 폴리사리오를 통치해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러 파벌이 각자의 정치 노선을 유지하고 있어, 그의 사망으로 자칫 소말리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압델아지즈는 사망하기 전까지 강경 노선보다는 모로코 정부와의 협상을 통한 독립 국가를 희망해 왔다. 하지만 강경 노선을 주장하고 있는 알제리 당파는 서하라 독립을 위한 국민선거를 끈질기게 주장해 왔다. 반면 또 다른 당파는 모로코 정부와의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폴리사리오 차기 지도자 선출은 서사하라 독립 문제 해결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3명이 폴리사리오 차기 지도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첫 번째 인물은 라민느 부하리(Mohamed Lamine Bouhali)다. 압델아지즈 측근인 그는 민족독립투쟁(ALN)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알제리 정부가 적극 추천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강경한 무장 투쟁은 폴리사리오 내부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부하리는 지도자로 선출되기 위해서 자신에 대한 내부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인물은 폴리사리오 창설자의 형제인 바시르 무스타파 사에드(Bachir Mustapha Sayed)다. 그는 지도자의 정통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압델아지즈로부터 14년 동안 신망을 얻지 못한 것이 결정적 단점이다. 그러나 사에드는 압델아지즈 사망이 자신의 정치적 복귀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에드가 지도자로 선출된다면 압델아지즈의 모로코와의 협상 정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인물은 모하메드 시다티(Mohamed Sidati)다. 그는 폴리사리오 유럽 대표를 역임했으며 폴리사리오 내에서는 유능한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다. 온건 지도자로 알려진 그는 프랑스 식민지배 하에서 모로코 독립 투쟁을 했다. 또한 모로코 법관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사에드처럼 서사하라 독립 문제를 모로코와의 협상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40일간의 압델아지즈 애도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폴리사리오 차기 지도자 선출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누가 새 지도자로 선출되던지 현재의 폴리사리오 상황에서는 서사하라 독립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압델아지즈가 오랜 기간 동안 구축한 서방 및 유엔, 아프리카 연합에 대한 네트워크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알제리가 모로코를 견제하고 서사하라 문제를 알제리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폴리사리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하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사태는 더 복잡해 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