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오로모(Oromo)족의 가다(Gadaa) 체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설병수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에 위치해 있다. 에티오피아에는 80여 개의 종족 집단(ethnic group)이 존재한다. 이들 중 암하라(Amhara)족과 오로모족은 양대 세력을 이루고 있다. 2007년 에티오피아 정부 센서스에 의하면, 암하라족은 총인구(73,750,932명)의 26.89%(19,870,651명), 그리고 오로모족은 34.49%(25,489,024명)를 점한다.

   오로모 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제도는 가다 체계이다. 이 체계는 남성들만 성원권이 있다. 가다 체계는 연배 집단(age-set, hirya)과 세대 집단(generation-set, luba)에 따라 조직된다. 전자는 시간상 나이에 근거하며, 후자는 계보학적 세대에 근거한다. 이들 두 가지 개념, 즉 연배 집단과 세대 집단은 가다 체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대개는 다섯 개의 연배 집단이 하나의 세대 집단을 구성한다. 새로 태어난 모든 남자아이는 출생과 더불어 가다 집단에 들어간다. 그들은 동년배의 다른 소년들과 함께 동일한 집단에 소속된다. 이후 그들은 40년 동안 8년마다 새로운 연배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입회 단계(통과의례)를 거친다. 가다 체계는 평등적인 문화·정치·경제·군사 조직이다. 즉, 가다 체계는 오로모족의 정치·사회·경제·종교적 삶을 모두 포괄하는 복잡한 조직이다. 그래서 아사파 잘라타(Asafa Jalata)는 이 체계를 “오로모 문화와 문명의 기둥”(pillar of Oromo culture and civilization) 혹은 “오로모 문명의 총체”(totality of the Oromo civilization)라고 표현한다.

   16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는 여러 민족이 경제적 자원을 둘러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 시기 동안 오로모족은 공격전과 방어전을 위해 가다 제도 하에서 효율적으로 조직되어 있었다. 이 시기에는 서구의 근대식 무기가 유입되지 않았으므로, 오로모족과 암하라족-티그레이(Tigray)족은 대체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서구 식민 권력이 암하라족-티그레이족의 편에 서게 되면서, 이러한 균형은 깨지기 시작했다. 19세기 초반에 도입된 군주제와 더불어 이러한 균형 붕괴는 가다 체계의 존속을 점차 위협하게 되었다.

    이후 암하라족이나 티그레이족 출신 통치자들의 집권으로 인해 이 체계는 더욱 약화되었다. 또한 암하라-티그레이 문화 중심의 근대화 및 근대 문명의 유입과 확산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오로모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가다 체계를 자신들의 정체성, 가치, 규범 등을 표현하는 전통이자 문화적 자산으로 간주할지라도, 이 체계의 지속적인 쇠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