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난민과 국가 안보

   아프리카 난민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수 세기에 걸쳐 발생하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난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아프리카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프리카 54개국 중 적지 않은 나라가 난민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는 주변의 여러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므로, 내전으로 인한 난민 발생은 주변 국가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는 2015년 현재 전 세계에 6천만 명의 난민이 있다고 한다(2003년 1천 5백만 명). 그런데 6천만 명의 난민 중 1천 5백만 명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난민이다. 사하라 이남의 난민이 1천 4백만 명이고,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난민은 1백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난민이 이러한 추세로 계속 증가할 경우, 국제연합은 2050년에 전 세계 난민이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UNHCR은 아프리카 국경 지역에 수십 개의 난민촌을 설치하였지만, 난민 수용 국가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난민촌은 피신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정부 세력의 은신처가 되고 있고, 일부 난민은 반군에 가담하고 있다. 난민촌은 국제 협약에 의해 국제기구의 보호를 받고 있어 정치적으로 중립 지역이다. 따라서 관련 국가의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지만, 군사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에라리온 내전의 책임이 있는 기니의 혁명연합전선(RUF, Revolutionary United Front) 무장 단체는 국경 지역에서 노골적으로 난민을 대상으로 모병이나 납치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난민 구호품을 노략하여 군수 물자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서 난민 수용 국가들은 난민을 반군으로 취급하고 국경을 폐쇄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자국에 피신해 있는 난민을 이용하여 체제를 전복시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무세비니는 캄팔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우간다에 피신해 있는 르완다 투치족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난민들이 정치·군사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여러 아프리카 국가는 난민 수용을 최대한 거부하고 망명도 가급적 허락하지 않고 있다. 난민은 인류애를 떠나서 한편으로는 정치·군사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제 난민 문제는 단순하게 인류애 정신만을 고집해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는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의 안보 문제에 대해서 일절 언급이 없었고, 인류애를 통한 회원국의 의무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해 난민은 해당 국가의 안보엔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UNHCR은 난민 수용 국가의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