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힐리어는 아프리카의 고유어들 중에서 화자 수가 가장 많으며 그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언어의 하나이다. 물론 스와힐리어의 확산이 사멸 위기에 처한 언어나 소수 종족의 언어를 위협하는 언어(killer language)라는 비판도 부단히 제기되어 왔다. 즉, 스와힐리화(Swahilization)가 언어 다양성 보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독립 이후 줄곧 스와힐리어의 확산과 보급에 국가적 노력을 경주해 온 탄자니아는 국민의 대부분이 스와힐리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다. 특히,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와 점증하는 종족 간 결혼으로 인하여 가정의 영역에서 선호되던 종족어 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스와힐리어가 선호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스와힐리어를 국어와 공식어라는 명목적 지위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명실상부한 교육, 정치, 경제, 행정의 언어로 확고히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더불어 스와힐리어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보급하는 기관의 설립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 어왔다. 물론 스와힐리어가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케냐,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부룬디 등 중동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긴밀한 협조를 받는다면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모범 사례로 삼을 수 있는 것이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와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Goethe Institut)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프랑어와 문화를 보급하고 전파하는 기관이며, 우리에게 괴테 인스티투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문화원은 독일어와 문화의 세계적 보급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 기관이다. 괴테 인스티투트는 ‘독일로 향하는 나의 길'(Mein Weg nach Deutschland)이라는 간결한 문구로 독일어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꾸준히 끌어모으고 있다.
존 마구풀리 신임 탄자니아 대통령은 스와힐리어를 보급하고 그 실질적 지위를 고양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최근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개최된 동아프리카공동체(EAC) 정상 회담에서 역내 국가 간 화합과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와힐리어를 공식어로 사용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했다. 존 마구풀리 대통령은 “언어는 단합을 촉진하는 커다란 지렛대이자 힘이며 사회적 소통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다.
국내와 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스와힐리어를 실질적 국제어로 격상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이 가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존 마구풀리 대통령은 스와힐리어로 연설을 했다. 비록 스와힐리어가 탄자니아의 국어이자 공식어로서의 지위를 부여 받았지만, 국가 원수가 해외 순방에서 스와힐리어로 연설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스와힐리어의 위상 강화를 위한 그의 정치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중 매체와의 회견에서도 스와힐리어를 사용함으로써, 그의 기자회견을 시청했던 다수의 탄자니아인을 고무시켰다.
동아프리카공동체 정상 회담, 베트남 방문 기간 중의 연설과 기자 회견을 스와힐리어로 행한 것은 이정표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스와힐리어의 보급과 국제적 위상 강화를 열망하는 많은 학자와 관련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존 마구풀리 대통령의 의지와 결정을 높이 평가하며 애국심과 자긍심의 표출로 여기고 있다. 그의 이러한 일련의 의지 표출이 스와힐리어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