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윤서영


   전 세계적으로 소수 언어가 존재하며, 대부분의 소수 언어는 소멸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단순히 언어뿐 만이 아닌 해당 지역의 문화 소멸까지 위협하고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나이지리아 언어학자 협회(LAN, Linguists Association of Nigeria)의 친예레 오히리-아니체(Chinyere Ohiri-Aniche) 교수는 평생을 바칠 각오로 토착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토착어를 보존하는 것은 소멸되어가는 언어를 살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나이지리아의 문화 또한 보존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소수 언어의 소멸 문제는 비단 나이지리아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나이지리아에서 토착어 사용이 점차 약해지는 것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경험한 이후 영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교육기관과 가정 내에서 부모와의 대화도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더불어 모국어는 제대로 된 문법이나 구조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나이지리아인들 자신의 그릇된 믿음 때문이다. 아니체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영어 사용을 장려 및 제도화하는 기존의 교육제도에서의 탈피 및 정부의 토착어 사용의 제도화는 물론, 가정 내에서도 부모가 자녀들에게 직접 토착어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자녀들이 자연스레 모국어를 받아들이고 사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프리카 소멸 언어에 대한 연구가 아프리카인 학자들이 아닌 유럽의 언어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또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 한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는 약 2천여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들은 이와 같은 언어의 압도적인 수에 놀라곤 한다. 나이지리아 한 국가에만도 현재 250개에서 6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이렇게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못하며, 이를 알게 된 사람들도 아프리카인들은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한다. 이 수많은 언어는 사실 전혀 다른 언어가 아니라, 하나의 언어에서 파생된 방언이다. 따라서 각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투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물론 나이지리아의 언어들이 이렇게 모두 하나의 언어에서 파생된 것은 아니며, 하나의 부족어가 여러 역사적,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여러 방언 형태로 발전된 것이다. 대표적 예가 전쟁으로 인해 주(state)가 분리 혹은 통합된 경우이다. 하나의 주에 거주하던 부족이 전쟁으로 인해 주가 분리된 경우, 이 부족들은 각기 다른 주로 소속되게 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다른 언어 변이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민족적 정체성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1967년 비아프라 내전을 비롯해 수많은 크고 작은 내전을 겪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의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 정책이 확대됨에 따라 아프리카에 진출하거나 원조를 하려는 단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들 대부분이 단발성으로 그치고 있다. 보다 장기적이고 원활한 서로의 이익 창출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국가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와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습득을 위해서는 피상적 접근이 아닌, 그들에 대한 역사적, 사회문화적 이해가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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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n (2014년 1월 19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