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북부 국가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월 2일 부르키나파소, 4일 모리타니에 이어 5일에는 서사하라 난민촌을 방문했다. 이어 7일까지 알제리 수도 알제를 방문하여 리비아와 튀니지에서 벌어지는 테러에 맞서 알제리의 적극적인 협력도 요청했다.
서사하라는 1975년 스페인의 식민 통치 종식 이후 모로코와 모리타니의 분할 통치를 받게 되면서, 서사하라 원주민인 샤하라위족 반군 단체 폴리사리오(Polisario) 해방전선이 사하라 아랍민주공화국을 선포하고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남부지역을 합병했던 모리타니는 1977년 분할 통치를 포기했지만, 모로코는 대부분 지역을 강점한 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알제리는 폴리사리오 해방전선의 임시 정부를 자국 내에 둘 수 있게 해주면서 모로코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간 국경 폐쇄도 서사하라 문제와 연관이 많다.
UN의 중재로 1991년 휴전이 성사됐지만, 모로코는 독립 여부에 대한 UN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치권만 부여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총장의 알제리 내 난민촌 방문은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즉 폴리사리오 주민들의 자기 결정권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는 UN의 기존 입장을 언급하면서 모로코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모로코에서 반기문 총장에 대한 시위가 거세게 일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알제리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알제리 부테플리카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리비아, 말리, 튀니지 등 마그레브에서 발생하는 테러에 대해 알제리의 중요성과 그동안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FP 등 언론과의 기자 회견에서 “테러와 싸울 때 군사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애초의 위기관리는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알제리가 중재하는 포괄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반기문 총장은 리비아 상황에 대해 전쟁 범죄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고, IS의 확산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번 방문은 마그레브 지역의 안정을 위해 알제리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역내 안정을 위해 알제리가 중요한 협상 중재국임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잘 감당해 내기 위해서는 알제리의 민주주의 신장, 정치 경제적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반기문 총장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