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비노들에게 희망을!

   앨비니즘(albinism, ualbino)은 눈, 피부, 모발에 피부 색소가 결핍되어 초래되는 질병의 하나다. 앨비니즘은 인간뿐만 아니라 조류, 어류, 파충류, 양서류 등 다른 동물들에서도 나타나는 질병으로, 선천적 피부 색소 부족 장애(congenital hypopigmentary disorder)라는 의학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앨비니즘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가 모두 앨비노라고 해도 태어나는 아이가 반드시 앨비니즘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앨비노들은 비록 평균 수명이 일반인에 비해 짧지만(아프리카의 경우 평균 40세) 눈, 피부 등 신체의 취약한 부분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일반인과 비슷한 평균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앨비노들은 신체 부위 중 햇빛에 노출되기 쉬운 얼굴, 귀, 목, 어깨 등이 햇빛에 쉽게 타고 물집, 紅斑, 角化症, 上皮腫 등 피부 질환에 극히 취약하며,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의 부족으로 자외선이나 강렬한 태양에 노출될 경우 피부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앨비노들의 다수는 극심한 근시로 고통을 겪는데 안경으로도 교정될 수 없다. 앨비노들의 시력 문제는 망막의 비정상적 발달과 눈과 뇌 사이 신경 연결의 비정상적 패턴 때문에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비노들의 피부 색소 결핍 정도도 개인차가 있고 외형적으로도 차이가 있지만, 앨비노들은 공통적으로 시력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앨비니즘의 유무를 진단할 때 시력 검사를 중요시한다.

   앨비노들이 겪는 건강과 보건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오해, 편견, 차별이 무척 심각하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전통 사회에서는 앨비노가 저주 받은 자들이라는 미신이 강하다. 이와 같은 미신과 편견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조롱, 차별, 폭력의 대상이 되어 왔다. 심지어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탄자니아에서는 앨비노를 ‘제루제루(zeruzeru)’라고 하는데 ’살아 있는 유령들(living ghosts)‘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다수의 앨비노는 자신에 대한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으로 인하여 심리적 고립감, 정서적 불안정이라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경험한다. 대인 관계에서도 기피 현상이 나타나며 결혼 상대자를 찾기도 어렵다. 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차별이 있어, 앨비노들의 중퇴율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취업을 하는 데도 차별이 존재하여, 앨비노들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최저 소득 계층을 형성한다.

   탄자니아의 앨비노 인구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인구 대비 앨비노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1천 4백 명-3천 명당 한 명꼴로 앨비노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앨비노들이 저주 받은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앨비노가 마술적 힘(magical powers)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미신을 근거로 주술사들은 앨비노의 피부, 뼈, 모발, 손과 발을 사용해서 마력을 지닌 약을 만들어 몸에 지니면, 부유해지거나 행운을 얻을 수 있다고 현혹한다.

   탄자니아 정부는 앨비노들에 대한 차별과 마녀사냥식 희생이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 경제 발전 등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앨비노들에 대한 인권 침해로 말미암아 부정적 이미지가 대외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취해진 일부 대책을 보면 앨비노들과의 연대 의식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앨비노를 지명직 국회의원으로 의회에 진출시키거나, 앨비노들에 대한 권익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비정부 기구 및 인권 단체들과 협력하여 앨비노들에 대한 편견과 미신을 불식시키기 위한 홍보와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더불어 앨비노 학생들이 학교에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앨비노들에 대한 임상적 특성 및 예후에 관한 연구와 앨비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피부 질환이나 피부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시설을 세우고 있다.

   최근 탄자니아는 앨비니즘으로 고통받고 있는 4천 2백 명의 어린이에게 선글라스를 제공했다. 강렬한 태양으로부터 시력을 보호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도구가 바로 선글래스이다. 앨비노들이 사회적으로 차별 받고 편견에 시달리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선글라스는 이 중 가장 필수적인 도구의 하나이며, 이번에 제공된 21억 실링 상당의 선글라스는 음완자, 게이타, 마라, 시미유, 쉬냥가, 카게라 등지에 거주하는 앨비노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앨비노들에게 희망을 주고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행위 주체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