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항만공사의 이사진 임명과 해안 지역민의 상실감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박정경


   2012년 4월 20일 케냐 정부는 거대 공기업의 하나인 케냐항만공사(the Kenay Port Authority)의 이사진 일부를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있은 후 해안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정부의 결정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문제는 케냐 정부가 이사직 두 자리에 기존 해안 지역 출신 인사들을 해임하고, 내륙 지역 인사들을 채워 놓은 것이었다. 해안 지역 국회의원이면서 수산업발전부(Ministry of Fisheries Development) 장관인 아마슨 킹기(Amason Kingi)는 “이 항만은 이 지역 사람들과 밀착되어 있다. 이 지역의 지도자가 이런 낙하산 인사를 수수방관한다면 그것은 멍청한 짓이다. 우리는 이 지역의 지도자로서 우리 땅에 이러한 자원 배분의 불균형이 벌어지는 현상을 지역 주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케냐의 몸바사 항만은 동아프리카 최대 무역항으로서 역내 물류의 중심지다. 케냐뿐만 아니라 우간다, 부룬디, 르완다, 탄자니아, 멀리는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까지 동아프리카 내륙을 오가는 화물은 대부분 몸바사 항만을 거친다. 최근 동아프리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몸바사 항만의 물동량 역시 증가했으며, 항만 운영은 케냐 정부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케냐 해안 전역을 통틀어 가장 큰 회사는 케냐항만공사이며, 이 공기업은 수많은 지역민에게 직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항만과 관련된 물류업은 관광업과 더불어 케냐 해안 지역민의 생계를 제공하는 젖줄이다.

   케냐항만공사의 이사직은 케냐 해안 지역민들에게 권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케냐 독립 이후 이 자리는 정부와 연줄이 닿는 내륙 출신 인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초대 대통령 케냐타(Kenyatta) 때는 기쿠유(Gikuyu) 출신들이 이사직에 포진했다가, 2대 대통령 모이(Moi) 때는 칼렌진(Kalenjin) 출신들이 이 자리를 채웠다. 2002년부터 정권을 잡은 기쿠유 출신 대통령 키바키(Kibaki) 역시 이러한 편중된 인사 문제로 해안 지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케냐항만공사 이사직에 내륙 출신들이 다수 임명되는 현상은 케냐 해안 지역민에게는 자신들의 땅에서 발생하는 이권을 내륙 출신들에게 모두 빼앗기고 있다는 상실감을 가져다 준다. 이에 더하여 해변 관광지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대체로 내륙 출신 자본가들이라는 점도 이러한 해안 지역민의 상실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해안 지역민들에게 만연한 상실감은 이들 사이에 내륙 출신들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 지난 1997년 몸바사 근처 리코니(Likoni)에서는 해안 출신 청년들이 내륙 출신 이주민을 수차례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지곤 했다. 한편, “해안은 케냐가 아니다”(Pwani si Kenya)는 케냐 해안 지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구호다. 독립 무렵부터 해안 지역 정치 지도자들은 ‘마짐보’(majimbo)라는 지방분권 체제를 지지하며 해안 지역 이권에 대한 기득권을 주장했다.

   2010년 제정된 케냐의 신헌법에서는 중앙 정부로의 지나친 권력 집중을 막고 어느 정도의 지방분권화가 이루어지도록 제정되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선거가 치러지면 해안 지역에 카운티(County) 단위의 지방 정부가 설립되어 지방자치가 강화된다. 이러한 지방분권화 제도가 케냐 해안 지역민의 상실감과 내륙 출신에 대한 반감을 해소시켜줄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