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의 민주주의 위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세네갈은 독재와 군부정권이 횡행하던 1980년대 평화적인 정권교체와 다당제 -비록 제한적이지만 – 실시, 그리고 2000년 야당인 현 대통령 와드(Wade)의 선거승리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통해 아프리카 민주화의 희망을 아프리카와 전(全)세계에 전한 국가이다. 특히 야당세력들은 Sopi 연합을 통해서 단일 후보를 내세워 독재자 디우프를 권자에서 끌어내린 평화적인 시민혁명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대통령 임기 7년(1회 연임 가능)을 5년(1회 연임 가능) 단축하는 헌법을 2001년 개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작금의 세네갈은 민주주의 체제로의 완전한 이전이 아닌 역사의 흐름에 거꾸로 가고 있어 주변국가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11년 6월 23일을 시작으로 매월 23일과 27일에는 반(反)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다(2011년 11월 19일 기고문 참조). 그러나 세네갈 정부는 와드 대통령을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2월 26일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내세웠다. 현재 와드가 34.85%, 야당후보 맥키 살(Macky Sall)이 26.57%의 득표결과가 공표되었지만 선거가 끝난 지 4일이 되었어도 세네갈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더욱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것은 선거결과는 공정성을 위해서 정부가 아닌 중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발표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대통령이며 후보인 와드가 직접 2차 투표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세네갈 국민으로부터 노여움을 더 사고 있다.

   현 대통령 와드가 세네갈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것은 이미 국민의 반대로 철회된 부통령제 신설이 아닌 헌법조항에 대한 권력자의 임의적 해석과 불합리한 적용이었다. 2000년 대야권 세력과 국민의 신임으로 당선된 와드는 대통령 임기를 제한하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 민주화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와드는 2007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놀랍게도 과반수가 넘는 55.9%를 획득하여 당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눈이 먼 와드는 2001년 개정된 헌법은 2007년 선거에서 적용되지 않는 것, 즉 2001년의 대통령 임기 개정은 2000년부터가 아닌 2007년부터 적용된다는 유권 해석을 통해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것이다. 물론 이번 1차 선거에서 획득한 34.8%의 득표율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2007년 와드가 획득한 56%에 비해서는 매우 저조한 것이다. 특히 2009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세네갈민주당(PDS, Partis democratique senegalais)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장기집권을 노리는 와드에게 헌법의 ‘임의적 해석’이라는 무리수를 두게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와드를 지지했던 대부분의 세네갈 엘리트들은 현재 등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세네갈 인구의 47%를 차지하는 청년들(15세 미만)이 실업문제로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자신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던 이슬람 세력을 국가의 종교적 중립을 내세워 소홀히 한 것이 3월 18일에 실시되는 2차 투표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 세네갈의 진정한 민주사회로의 되돌림은 야당 후보들의 단일화의 성공여부일 것이다. 1차 투표에서 와드 대통령과 야당 후보 등 총 13명이 출마하였다. 2000년 와드를 밀어주었던 Sopi운동과 같이 ‘M23(mouvement du 23)’ 슬로건을 통해 맥키 살을 중심으로 하는 야권후보 단일화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의 경우처럼 국민들이 과연 얼마만큼 정치인들을 신뢰할 것인가는 2차 투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야당세력의 승리로 대통령 선거가 끝난다 하더라도 신정부가 와드 정부의 전철을 따를 수 있다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떨쳐낼 수 있는 대폭적인 혁신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