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이한규
리비아의 민주화의 여정은 언제 끝날 것인가? 여전히 많은 리비아인들이 희생되고 있는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리비아에서 사람들은 장비빛 민주화가 펼쳐질 것이라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도정부, 비상 국가 위원회, 국민의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한 민주화가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북아프리카의 상황은 한 치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복합적이고 비관적이다. 가장 문제되고 있는 리비아 사태가 리비아군과 시민군, 어느 쪽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전투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화로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리비아 법무장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과도정부가 리비아 정치·사회세력들의 다양하고 이질적인 요구들을 수용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의 가지고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들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리비아인들은 공용어로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이들이 모두 같은 종족 혹은 민족이 아니며, 동질한 문화를 가진 것도 아니다. 리비아는 147개의 크고 작은 종족세력들이 상화하택(上火下澤)하는 상태가 되어 자신들의 지역을 독자적으로 분할·통치하려 하거나 카다피의 권력공백을 차지하기 위하여 종족간의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동에서 성공하지 못한 시민항쟁을 성공시킨 북아프리카이기는 하지만, 종교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중동의 이슬람은 타종교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고 이슬람으로 모두 강제 개종시켜 철저한 정교일체를 통해 통치해 왔다. 반면, 이집트를 제외한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슬람종교와 절충주의를 모색하면서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종교와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북아프리카에서의 시민항쟁 결과는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한편으로 종교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지리아와 수단의 경우처럼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종교분쟁의 상황으로 발전된다면 리비아의 민주화는 더욱 암울해 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구의 개입은 어떠한 구실도 명분이 없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적인 해결을 통한 자립적인 민주화가 실시될 수 있도록 우회적인 방법으로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필자는 북아프리카의 사태를 서구 민주주의의 잣대로 혹은 서구이론으로 판단·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아프리카인들처럼 내부자적인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관망하고 분석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마음 속 깊이 연대감을 지닌 아프리카인의 심성은 사회적 불평등을 거부하고 “평등주의”를 옹호한다. 따라서 아프리카인들은 국가소득의 공평한 분배와 생산의 합리적 조직에 기초한 경제에 바탕을 둔 사회를 원하고 있다. 아직도 아프리카인들은 가족과 공동체 밖에서 개인적 부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아무런 “내적 가치”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그 부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북아프리카 사태는 이러한 아프리카 문화적 특징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학자적 고민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