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김광수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한 현대사회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가장 잘 표명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선거이다. 따라서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며, 그렇기에 선거 절차 역시도 평등, 자유, 비밀의 원칙에 입각한 민주적인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정치 상황에서는 자유로운 선거 분위기, 공평한 선거 절차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 이승만 정부의 3.15 부정선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부정한 절차로 이루어진 선거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해칠 위험이 있다.
2008년 이루어진 짐바브웨의 대통령 선거는 폭력과 탄압의 선거였다는 점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3.15 부정선거를 보는 듯했다. 짐바브웨의 선거는 1차 투표와 2차 결선 투표로 이루어졌는데, 1차 투표의 결과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후보와 모건 츠방기라이(Morgan Richard Tsvangirai) 후보가 결선 투표에 진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츠방기라이 후보는 결선 투표가 진행되기 전에 사퇴를 표명했는데, 그 배후 원인이 츠방기라이 지지자들에 대한 무가베의 무자비한 탄압과 폭력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무가베는 선거 기간 동안 츠방기라이를 지지하는 이들을 탄압하였고, 그를 다섯 차례나 구금하였으며, 그가 속해 있던 민주주의적 변화를 위한 운동(Movement for Democratic Change : MDC) 당의 사무총장인 텐다이 비티(Tendai Biti)를 국가반역죄로 체포하기까지하였다. 선거 이후, 부정한 폭력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를 의식한 무가베는 권력 분점 협상을 통해 야당과 권력을 나누기로 합의하였으나,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비민주적인 선거로 국제적 비난을 받던 짐바브웨는 이제 2011년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비록 과거의 선거는 비민주적이며 폭력적인 오점으로 얼룩졌지만, 짐바브웨인들이 다가오는 선거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그들은 전 세계가 이번 선거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지켜봐주기를 원하며 특히, 주변국인 남아공,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outhern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 : SADC), 아프리카연합(AU), 그리고 UN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평화로운 선거가 되도록 직접적으로 개입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짐바브웨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정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정부패가 끊이질 않고, 정당한 선거에 대한 법적, 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민주적인 선거를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짐바브웨의 정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비관론도 설득력있게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선거가 올바른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승자독식’의 정치 분위기는 여전히 문제이다. 짐바브웨에서는 선거에서 승리한 당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어 여야 간 권력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 정부 관계자는 “권력 분점 협상 이후에 인권 유린 현상이 없고, 법에 의해 인권이 보호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정치적 폭력은 아직도 짐바브웨에서는 심각한 문제”라며 평화적 선거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비관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점점 더 많은 수의 짐바브웨인들이 자국의 문제점을 깨닫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과거 3.15 부정선거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스스로 4.19혁명을 일으켜 민주주의를 진일보시킨 것처럼 짐바브웨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도 조만간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http://www.zimonline.co.za/Article.aspx?ArticleId=6601
http://mg.co.za/article/2011-03-23-call-for-intervention-in-zimbabwe/
http://www.newsday.co.zw/article/2011-03-04-zim-polls-need-international-monitors-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