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토지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특히, 아직도 상당수 아프리카인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삶이 토지 사용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것을 말하며, 이는 토지 횡령(land-grabbing) 사안이 아프리카에 중대한 이슈라는 것을 시사한다. 아프리카 내 토지 횡령과 관련된 연구 대부분은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주로 토착민을 타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킨 주요 행위자 및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한다. 기존 연구에서 현재까지 밝힌 횡령자는 다국적 기업을 비롯하여 아프리카 정부 및 토지 정책 등으로 다양하다. 문제는 기존 연구들이 실질적으로 토지 횡령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토착민의 삶의 변화와 이들이 바라보는 토지 횡령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왕그와(Dwangwa) 지역은 말라위의 주요 사탕수수 재배 및 설탕 생산 지역이다. 이곳에는 다국적 설탕 생산 기업인 일로보(Illovo)가 1970년대 진출하여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으로 인해 다수의 공동체 구성원이 타 지역으로 이주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카옹고지(Kaongozi)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기존 토지 횡령 연구들이 규명하고자 하는 횡령자는 중요할까? 답은 아니다. 이들은 이주 후 약 40년간 자신들이 사는 환경(토질 및 지형)이 기존에 살고 있던 지역보다 열악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카옹고지 지역 공동체는 토질이 열악하고 산악 지형이라, 이들이 빈곤한 삶을 살고 있으며, 횡령자보다 이들의 삶을 개선해 줄 수 있는 행위자를 규명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카옹고지 지역의 산악 지형은 보통 다양한 공동체가 모여 진행하는 말리팽가(Malipenga)와 같은 전통춤 경연대회를 더 이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즉, 이들에게 토지 횡령은 ‘지역 환경 변화’로 해석되고, 이는 전통문화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기존의 아프리카 내 토지 횡령 연구들이 위와 같은 중요한 점들을 규명하지 못한 이유는 이들이 공동체가 이주했던 과거 상황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현재 공동체의 시점’에서 토지 횡령 사안을 분석 및 해석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진전이 이루어질 때 토지 횡령이라는 주제가 전통문화의 소멸과 같은 새로운 주제와 융합되어 한 단계 진보된 연구 주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