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장기 집권하던 알제리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Abdelkader Bensalah)가 4월 2일 대통령에 해당하는 헌법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임하였다. 부테플리카는 내전 중 군부의 지지로 1999년 4월 73.79% 득표를 통해 권력을 잡았다. 특히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고, 10년간 내전을 치른 알제리에 평화를 정착시켰다. 그의 재임 기간에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위협하는 여러 차례의 테러가 알카에다와 연계된 Aqmi와 GSPC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2009년 90.24%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3선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2005년부터 문제가 된 그의 건강은 알제리를 불안케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2013년에는 건강 문제로 80일 동안 국정을 멈추기도 했으며, 계속되는 내각의 경질과 정치적 불안정은 부테플리카를 더욱 권력의 함정에 깊숙이 빠지게 하였다. 건강 악화로 국정을 돌보지 못한 것이 여러 차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테플리카가 지난 2월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였다.
부테플리카의 차기 대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서 2월 28일 알제리 국민 수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 8년 전 ‘아랍의 봄’ 시위 이후 알제리에서는 최대 규모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서둘러 내각을 개선했다. 베두이가 신임 총리로 임명되었고, 8명의 장관을 제외하고 20명이 바뀌었다. 이때까지도 부테플리카는 대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고, 당선 후 조기 선거를 시행한 이후 더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눈 가리고 아옹’하는 권모술수에 국민은 물론 군부까지도 부테플리카와 그 체제까지 거부하였다. 결국, 부테플리카는 4월 2일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알제리에는 제2의 ‘아랍의 봄’이 찾아왔다. 알제리 국민은 진정한 제2공화국의 도래를 원하고 있으며, 국민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매주 금요일에 대정부 시위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 책임자에 따르면 알제리 안정화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에서 두 가지 우려가 나타난다. 첫째, 현재 대통령 직무 대행을 하고 있는 압델카데르 벤살라흐(Abdelkader Bensalah)가 모로코 출신의 이중 국적자였다. 특히 서사하라 문제로 모로코와 심각한 대립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알제리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일부 시위자는 압델카데르 벤살라흐의 퇴진도 요구하고 있다. 둘째, 20년의 장기 집권으로 인해 시민사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알제리에는 정부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민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시위와 시민사회 조직은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우려는 군부의 정치적 개입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제리 국민이 부테플리카와 관련된 모든 체제를 거부한다는 것은 12년 동안 부테플리카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군부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알제리 국민은 이미 한 차례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잃어버린 8년을 되찾을 수 있는 충분한 문화적 바탕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다행히도 종족, 계급적 이해관계가 시위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야당 지도자가 언급했듯이 해외 영향이 아닌 알제리인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아주 중대한 시기가 아닌가.